서울시가 예산 낭비 논란 속에서도 유기견 입양 시 1년간 동물보험 지원과 반려동물 등록 칩 삽입 비용 완화 등 반려동물 정책을 추진한다. ‘1,000만 펫팸(Pet-Fam)족’의 표심을 겨냥한 이번 정책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19일 ‘동물 공존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반려동물 정책이 유기동물에 대한 사후대책에 맞춰져 있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 선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우선 손해보험협회·서울시수의사회와 협약을 체결해 3월 말부터 시민이 1만원만 부담하면 동물병원 540여 곳에서 반려견에 내장형 칩을 심어 반여동물을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시중에서는 칩 삽입 비용이 4~8만원 정도한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모든 시민에게는 동물보험 납입료 20만원도 1년간 지원한다. 동물보험은 2003년부터 민간 보험회사에서 도입됐지만 나이제한·질병 이력 유무 등 가입 요건이 까다로웠다. 서울시는 삼성화재와 협력해 가입 요건을 과감히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 재개발지역에서 유기동물이 대거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등을 개정, 사업 시행사가 재개발 계획을 보고하게 해 동물 보호 계획을 사전에 꾸리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반려견 놀이터도 오는 2022년까지 25개 자치구 당 1곳씩 확보하고, 24시간 유기동물 응급구조(치료) 기관으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지정해 이달 말부터 운영한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동물과 더불어 행복한 도시, 사람과 동물이 함께 누리는 동물복지 도시, 생명존중의 가치를 추구하는 도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올해 반려동물 예산은 62억 6,094만 원이다.
서울시의 동물복지 정책은 지난해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의회로부터 예산 투입이 적재적소에 되는 것이냐, 선심성 예산 지원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서울시가 책정한 관련 예산은 심의 과정에서 3억원이 삭감됐다. 서울시는 최근 동물복지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관련 정책을 다른 지자체보다 앞장서 추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1,000만 펫팸(Pet-Fam)족’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은 여전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낭비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있었지만 유기동물이 야생화하면 들개가 되면서 오히려 더 위협이 될 수 있고 감염병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예산을 들여서라도 입양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의회를 설득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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