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10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홍철호·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개최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보기 위해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모집한 소상공인 1,000여명이 모였다.
행사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정부의 ‘아픈 손가락’인 소상공인을 공략하려는 심산이었을 테다. 예상대로 황 대표는 “대통령은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생각은 안 하고 개성공단 문이나 열겠다는 얘기만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회의장 곳곳에서 “황교안”을 연호하는 외침이 들렸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이 줄줄이 발언을 잇자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토론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치적 발언만 이어졌다. 홍문종 의원이 네 번째로 연단에 들어서자 “토론회나 시작하라”며 야유가 빗발쳤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은 한 시간 동안 한국당 정치인 여섯 명이 말을 잇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한국당이 소상공인기본법 토론회를 개최한 명분은 소상공인을 중소기업의 하위 영역으로 두는 기존 법제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카드수수료 문제 등으로 소상공인이 ‘뜨거운 감자’로 대두하면서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온 소상공인 중에는 새벽에 상경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그날 장사는 제쳐놓고 왔다. 전남에서 오전4시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는 한 소상공인은 기자에게 “이런 정치놀음이나 볼 거였으면 여기 오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의 분노에 찬 외침은 한국당의 안중에 없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뭉쳐달라”는 한국당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정부에 비판적인 연합회가 계속 최저임금 등에서 목소리를 내면 한국당에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정책토론회에 소상공인을 1,000명이나 동원한 이유가 훤하다. ‘소상공인이 우리를 위해 참호를 파줬으면 한다’는 욕망이 노골적으로 읽힌다. 정부에 반대한다고 소상공인들이 자신의 ‘박수부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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