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여야 4당 내부의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정계 개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자유한국당 탈당파인 바른정당 출신들의 반발이 만만찮고 민주평화당 역시 내부 셈법이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의원들의 생존본능이 내년 총선 전 이합집산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내홍이 가장 큰 곳은 바른미래당이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19일 “패스트트랙 지정에 당론을 모으는 절차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히자 유승민 전 대표가 직접 나섰다. 유 전 대표를 비롯해 지상욱·하태경 의원 등 8명은 긴급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지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당헌에 적시된 절차도 무시한 채 여당과 정의당에만 이로운 선거제도와 주요 법안을 왜 이렇게 처리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실패할 경우 직을 걸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하지만 갈등만 더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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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놓칠세라 자유한국당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당의 ‘들러리’ ‘2중대’가 될 수 있다. 바른미래당은 얻을 게 별로 없다”면서 바른미래당을 직접 겨냥했다.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 복당을 저울질하는 바른미래당 의원일수록 ‘한국당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는 셈이다. 실제 바른미래당 의원 일부는 패스트트랙이 지정되더라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해둬야 보수 대통합 등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원 만장일치로 선거제 합의안을 추인한 평화당도 속사정은 복잡하다. 좀처럼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화당이 지역구가 사라질 처지에 놓인 민주당 일부 의원과 바른미래당 호남 중진 의원들까지 아우르며 ‘제3지대 통합론’의 불씨를 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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