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한미군 예산 전용 고려는 틈이 벌어질 대로 벌어진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잖아도 한미는 이미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갈등을 노출해왔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도 상당한 파열음을 냈다. 여기에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양국 연례 합동군사훈련도 비용 문제 등으로 종료돼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북핵 해법마저도 불투명해졌고 한미 간 대북 압박과 제재해제를 둘러싼 이견의 골이 깊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와 안보 이익 공유 등 동맹을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 어느것도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동맹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미동맹이 깨지면 양국의 최대 과제인 북한 비핵화 실현은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은 물론 미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은 서로의 국가 이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재점검해 그 빈틈을 메우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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