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업무 스타일 변화를 선언했다. 일명 ‘깨알 지시’로 대변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서울시장 마지막 임기에 의미 있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포부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최근 집무실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고 한쪽 벽면을 메우고 있던 ‘3공 바인더’ 2,000여개를 치웠다. 바인더에는 박 시장이 2011년부터 모아온 서울시 전 분야의 정책서류와 아이디어 메모가 주제별로 보관돼 있었다. 바인더를 꺼내보며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던 박 시장이 그를 버린 것이다. 2,000여 개의 바인더가 차지했던 자리는 대형스크린으로 대체됐다.
일정도 대폭 줄였다. 많을 때는 20여개에 달했던 일정은 현재 10개 안팎으로 축소됐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박 시장이 어느 날 돌아보니 ‘얼굴 비추는 행사’만 쳇바퀴 돌듯 다니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보다 주요 현안을 깊이 고민하고 미래를 그리는 것으로 초점을 옮기겠다는 박 시장의 변화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지난 7년간 서울의 세세한 문제까지 돌아보며 시민 지향적인 정책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동시에 대표적인 업적, 가시적인 업적이 없다는 지적이 존재했다. 특히 3선 이후에는 핵심과 동떨어진 휘발성 이슈에 매몰돼 불필요한 마찰음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게 내부의 판단이다. ‘여의도 통개발’ 발언이나 ‘광화문광장 재설계’를 둘러싼 논란 등이 그 예다.
박 시장은 앞으로 2,000여개의 바인더를 치운 만큼 그 중 핵심 과제만 골라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은 미세먼지, 제로페이, 돌봄서비스, 혁신 창업, 부동산안정 등 5개 주제에 전력한다. 박 시장은 전문가를 불러 조언을 듣는 등 자신을 채우는 시간도 늘릴 방침이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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