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돼도 대중 무역 관세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 내에서는 양국 간 합의 후에도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500억달러(약 56조3,300억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는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완전한 관세철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관세를 없애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과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우리는 중국이 그 합의 내용을 준수할 것이라는 걸 담보해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기술이전 강요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해 7월과 8월 5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징벌적 관세 25%를 물렸다. 이후 중국이 미국 제품 500억달러에 25% 관세로 맞불을 놓자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10%의 보복관세를 매겼다. WSJ는 “미국은 지난해 7월과 8월에 부과한 25% 관세는 무역합의 후에도 존치하기를 원한다”며 “반면 2,000억달러 규모의 10% 관세는 합의 때 일부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를 고려하면 다음 주 개시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도 막판까지 기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회담을 위해 이번 주 말께 방중하는데 이어 그 다음 주에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워싱턴을 찾는다. 블룸버그는 “미 당국자들은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 측의 일부 요구에 반발하는 데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WSJ는 “미국이 합의위반에 대한 관세를 겨냥해 중국이 보복하지 못하게 하는 양보안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복금지 조항의 경우 앞서 중국 정부가 “19세기 서구열강이 부과한 종류의 불공정한 조약”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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