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 동안 자유한국당은 총 네 차례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4·3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강기윤 후보의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창원을 방문한 목요일(21일)을 제외한 월·화·수·금요일 모두 의총이 열린 셈이다. 네 차례 의총의 의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 저지’로 동일하다. 같은 주제로 거의 매일 열리는 탓에 의총의 결론도 매번 비슷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한 번꼴로 의총 소집 공고를 내는 데는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사즉생’의 각오로 저지하려는 나 원내대표의 의지가 주요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내년 21대 총선에서 한국당의 명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당 의석수가 열 석 이상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정의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한다는 점도 한국당에는 큰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잡고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권력기관 개혁 입법’ ‘경제민주화 법안’ 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당 내에서는 여야 4당의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정의당 교섭단체 만들기 프로젝트’로 규정짓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공정한 선거제도가 만들어지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하신 것이 정말 사실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버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선거법 패스트트랙 투쟁에 나선 나 원내대표가 꺼낸 ‘비례대표제 전면 폐지’ 카드가 황교안 당 대표에 대한 ‘월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례대표 공천 명부를 작성할 때 당 대표의 의중이 중요한데 비례대표를 아예 뽑지 말자고 주장하면서 황 대표의 권한 중 하나를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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