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는 일단 연기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영국 정부는 20일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를 오는 6월30일까지 연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고 EU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압박했다. 영국 하원의 결정에 따라 연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브렉시트 마감 시한인 29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김흥종(사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유럽팀 선임 연구위원은 21일 “영국 입장에서도 EU 입장에서도 지금 브렉시트 연기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일단 연장부터 해놓고 영국을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시킨 다음 장기과제로 넘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테리사 메이 총리 역시 EU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브렉시트는 연장돼서 지지부진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해까지 유럽특임파견관으로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상을 직접 목격한 유럽 전문가다.
그렇다면 앞으로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김 선임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영국은 고립주의를 고수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예로운 고립주의의 꿈을 깨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영국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브렉시트를 하지 않고 EU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 EU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영국은 유럽의 변방에 머무르는 차선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일각에서 얘기하는 노르웨이 모델(브렉시트 이후에도 경제협력 유지)은 선택할 수 없는 대안”이라며 “오히려 캐나다 같은 자유무역협정(FTA) 형태로 EU의 변방에 머무르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정곤 논설위원/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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