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에서 대량학살을 자행한 세르비아계 정치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사진)가 평생 감옥에서 지내게 됐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유엔 산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0일(현지시간) 카라지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그가 지난 1995년 보스니아 동부 스레브레니차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 등을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선고는 카라지치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 사람이 저지른 엄청나고 심각한 일련의 범죄에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1심에서 받은 징역 40년형은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카라지치에게 종신형이 선고되자 24년 전 비극의 현장인 스레브레니차의 한 추모센터에 모여 TV 중계방송을 보던 당시 학살 피해자의 친지들은 박수를 치면서 눈물을 흘렸다.
반면 카라지치의 변호인은 보스니아 N1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법에 기반하지 않은 순전히 정치적인 판결로 보스니아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판결은 법관들이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체제인 ‘스릅스카공화국’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라는 서방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했다.
카라지치는 유고 연방이 유지되기를 원하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지원으로 내전을 일으켜 이슬람계·크로아티아계 주민 등 수십만 명의 학살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1995년 스레브레니차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 8,000명의 학살을 지시하고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 40개월 이상 포격을 가해 민간인 약 1만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전 후 13년간의 도피 끝에 2008년 체포된 뒤 대량학살, 전쟁범죄, 인권침해 범죄 등 11개 혐의로 기소돼 2014년 9월 검찰 측으로부터 종신형을 구형받았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