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출근길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다 건너편에 앉은 한 중년 여성에게 큰소리로 이처럼 타박받은 경험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유했다. 글을 본 직장인 이모 씨 역시 사무실에서 헤어롤을 하고 있다가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은 기억을 떠올려 댓글로 공유했다. 반면 역시 직장인인 박모 씨는 가뜩이나 비좁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강한 화장품 향이 풍기며 화장하는 행위가 얼마나 불쾌한 경험인지에 대해 토로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처럼 금세 ‘지하철 화장은 민폐다’는 의견과 ‘아무 피해도 주지 않는데 왜 비매너냐’는 주장이 팽팽히 갈린 격론의 장으로 돌변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처럼 공공장소에서 화장을 하거나 머리를 손질하는 행위로 주변에서 지적을 받았다는 글이 자주 보인다. 해당 글은 언제나 격렬한 찬반논쟁을 부르지만 언제나 제대로 된 결론을 맺지 못 한 채 끝나곤 한다. 대체 ‘지하철 화장’의 어떤 측면이 사람들을 치열한 찬반 논쟁의 장으로 이끄는 것일까.
◇“지하철 화장은 꼴불견” VS “개인의 자유”= 사실 이 문제는 수년 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5년 모 언론사 기자가 칼럼에서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을 보고 “나는 퇴근하는 길인데 저 사람은 출근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며 “지하철에서의 화장은 아름답지 않다” 고 해 논란이 됐다. 2017년에도 한 교수가 “지하철 화장은 프랑스에선 몸 파는 여자나 한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비슷한 논쟁은 벌어지는 중이다. 일본 도큐전철은 2016년 지하철에서 화장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진행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게재된 공익 광고에서는 지하철 화장이 음주나 전화통화, 몰래 카메라 촬영 행위와 비슷한 민폐 행위로 꼽혔다.
지하철 화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화장품 냄새가 나거나 주변을 툭툭 건드리는 등의 행위가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직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더라도 집에서나 할 법한 개인의 사적 행위를 보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60대 한 시민은 “누가 화장을 하면 자연스레 시선이 가게 되는데 그렇게 보기 좋지 않다”며 “공공장소 매너가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하철 화장이 민폐가 아니라는 사람들은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행위라면 하든 말든 개인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대학생인 신모 씨는 “화장하는 과정이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다. 30대 직장인인 서모씨 역시 “도쿄 지하철 공익광고를 보고 굉장히 불쾌했는데 여성은 늘 화장을 해서 아름다운 것이 ‘예의’라고 하면서 그 과정은 보기 싫다고 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변하는 사회와 달라지는 가치관…“서로 상황 이해했으면”=지난 2017년 방송된 EBS ‘까칠남녀’에서는 비슷한 주제의 토론을 벌이며 ‘지하철 화장’이라는 행위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살펴보길 권했다. 당시 한 패널은 “한국인의 약 70%가 지하철로 한시간 이상 출퇴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여성들을 출근할 때 반드시 화장을 해야만 하는 분위기로 내몰리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패널도 “과거 사회진출이 어려웠던 여성들은 화장을 끝낸 후의 정돈된 모습만을 보이도록 요구받았기에 화장하는 과정을 추하게 느끼는 것”이라며 “달라진 사회에서 가치관이 변해가면서 겪는 과정의 하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지하철 화장이 “싫다”, “좋다”, 갑론을박을 벌이기보다 달라진 사회 환경과 가치관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신화 인턴기자 hbshin12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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