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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에서]이란의 ‘노루즈’와 어려울 때 손 잡아주는 친구

유정현 주이란대사

한·이란, 오래전부터 우호관계 유지

해 지날수록 상생협력으로 발전

美 제재로 양국관계도 새 도전 직면

교역 등서 파장 줄일 지혜 모아야





지난 21일은 이란의 설날이었다. 전통적인 페르시아력을 사용하는 이란은 춘분에 맞춰 새해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란어로 새해를 ‘노루즈(Nowruz)’라고 하는데 이는 새롭다는 의미의 ‘노(Now)’와 날을 뜻하는 ‘루즈(ruz)’가 합쳐진 말이다. 비록 새해의 시작은 다르지만 이란의 노루즈 문화는 우리 설날과 많이 닮아 있다. 새해를 맞아 집안 대청소를 하고 설빔을 장만하고 우리의 차례상처럼 7가지 물건을 올린 ‘하프트신’이라는 상차림도 한다. 윗사람은 은행에서 찾은 신권을 아랫사람들에게 나눠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노루즈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시작과 함께 주변 관계를 새롭고 돈독하게 해나가는 계기로 삼는 세시풍속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3,000년 이상 노루즈 문화를 간직해온 이란 사람들은 우리와 오래전부터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멀지만 가까운 이웃이다.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통해 페르시아 상인들이 진귀한 물건을 신라에 가져왔고 8세기께 혜초 스님은 파사(지금의 이란) 등지를 여행하고 ‘왕오천축국전’에 그 기록을 남겼다. 또 경주 괘릉의 무인석상, ‘입수쌍조문’ 문양의 석비들은 페르시아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지난 1962년 정식 국교가 수립됐고 이후 한·이란 양국은 우호협력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1970년대 한국인 근로자들이 이란 건설현장에서 흘린 피와 땀은 양국 경제발전의 기반이 됐으며 2차례의 오일 쇼크로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저울질할 때 이란은 우리에게 약속된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줬다. 한편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공사현장에 남아 약속된 공사기간을 지켰던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한국-이란 우정 축제 행사./사진제공=외교부




양국의 두터운 신의를 바탕으로 오늘날 이란에서 가장 선호되는 브랜드는 단연 한국제품이고 우리는 석유화학 산업의 주원료인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절반 이상을 이란에서 수입한다. ‘대장금’이나 ‘주몽’ 등으로 시작된 한류 열풍은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증폭돼 테헤란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한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이란 젊은이들을 쉽게 만나곤 한다. 또 이란은 태권도 인구가 200만명을 넘는, 우리에 버금가는 태권도 강국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요인에 주로 의존해왔던 양국 관계는 이제 해를 거듭할수록 서로 깊이 이해하고 신뢰하는 상생협력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로 한·이란 관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11월5일 미국으로부터 180일간 대이란 제재 예외를 인정받아 이란산 컨덴세이트 수입과 한·이란 교역을 위한 대금결제 운용을 지속하게 됐다. 하지만 대이란 수출이 정상화되려면 선박·보험 등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란 가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제품들이 이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자원의 부국이자 지정학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란은 중동 전체인구의 3분의1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젊고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그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더구나 이란은 지금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신남방-신북방 외교를 하나로 묶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요 대상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신임장 제정 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양국관계가 외부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고 한 데 대해 필자는 “진정한 친구는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친구”라는 이란의 시인 사디의 시로 화답했다. 이란의 설날 노루즈를 축하하며 한국과 이란은 진정한 친구라는 새해 인사를 전한다. “에이데 쇼머 모바락(Eide Shoma Mob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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