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지금 중국은]伊까지 일대일로 포섭 "국내 낙후지역 투자를" 자국선 비판 목소리

중국이 3조원 투자를 미끼로 이탈리아를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서방에서는 이탈리아가 중국의 유럽 침투의 길을 트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도 불투명한 사업에 거액을 지출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유럽 대륙과 바로 연결되는 트리에스테·제노바 등의 항구 개발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을 포함해 에너지·철강·토목·금융·농산물 등의 분야에서 총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의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주요7개국(G7) 가운데 최초로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24일 이탈리아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은 이날 방문하는 프랑스에서도 “일대일로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중국 내 여론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6% 달성도 장담할 수 없고 대형 참사까지 잇따르는 와중에 당국이 막대한 자금을 전망도 불투명한 해외사업에 쏟아붓는 데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시 주석이 이탈리아로 향한 21일 발생한 장쑤성 옌청의 폭발 참사를 전하면서 “안전관리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금 중국은] 中 경제인 “일대일로 필요는 하지만…판 너무 키워 감당 못해”

<5>외화내빈 ‘新 실크로드’

경제블록 구축하려 무리한 투자

작년 56개국 156억弗 쏟아부어

외환보유·재정상태 모두 적신호

“사업 속도·방식 조절해야” 지적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주세페 콘테(오른쪽) 이탈리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영빈관인 빌라 마다마에서 허리펑(왼쪽 세번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루이지 디마이오(〃네번째) 이탈리아 부총리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일대일로가 중국으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 중국 경제인들이 사석에서 털어놓는 이야기다. 중국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고 패권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만의 경제블록 세력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을 들이는 ‘일대일로’다. 다만 처음부터 판을 너무 크게 벌이는 바람에 중국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것은 물론 기존 패권국의 반발까지 불렀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21일 시 주석이 일대일로 담판을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하던 시각, 장쑤성 옌칭의 화학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돈이 있으면 선진국 이탈리아보다 국내 낙후지역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대일로는 유럽·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중국 주도의 ‘육상과 해상의 신실크로드’ 사업으로, 현재까지 직간접 참여국은 68개국에 이른다. 파키스탄과의 620억달러 규모를 포함해 수억에서 수백억달러까지 사업비는 천문학적이다.

일단 일대일로를 추진한다는 방향에 있어 중국 내 입장은 확고하다. 미국과의 사활을 건 무역전쟁 와중에서도 시 주석은 이탈리아를 방문해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탈리아가 중국에 새로 개방하기로 한 트리에스테·제노바는 서유럽으로 직행할 수 있는 항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중국이 일대일로에 집착하는 이유는 중국 나름의 ‘뒷마당’ 욕심에서다. 미국과 직접 대결하는 태평양 쪽과는 달리 아시아 쪽은 팽창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대일로 참여국은 대개 중국 경제에 필수적인 원자재 공급지이자 중국 상품의 판매처다. 중국은 이미 국내 한계산업을 더 후진국으로 이전하면서 투자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인력의 대거 수출로 국내 실업난을 낮추는 효과까지 노린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는 지지세력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미국과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호국 확보는 절실하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개혁개방 4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일대일로 건설을 중심으로 세계 공동발전을 위해 새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악화하는 중국 내 경제사정과 함께 참여국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한때 4조달러에 육박했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력을 일대일로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은 결과 외환보유액은 2월 현재 3조901억달러 줄어들었다. 정부 재정도 어렵다. 중국은 올해 경기부양을 위해 2조위안의 감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의 두 배로, 그만큼 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노인부양·일자리창출·빈곤해소 등 자금이 필요한 곳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내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막무가내식 일대일로가 중국에 대한 경계론에 불을 지피면서 미국과의 대립을 부르고 이것이 무역전쟁 발발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럽동맹인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해 “모욕적”이라는 분위기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이것이 무역협상 타결을 앞두고 막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지도부는 양회에서 공개한 정부업무보고에서 “일대일로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지만 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인 전직 외교관 예다보는 사업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일부 성과와 진전을 이뤘지만 문제점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국에서는 ‘깨진 독에 물 붓기’식 낭비와 빚잔치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 한국 등의 경제개발에서는 먼저 경공업에 투자하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인프라와 함께 중공업을 강화하는 방식을 썼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중국의 필요성에 따라 참여국에 도로나 철도·항만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유통할 상품도 없는 상태에서 완공된 인프라는 방치되며 투자비와 운영비는 결국 부채로 남는다. 빚을 갖지 못해 핵심시설이 잇따라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중국이 새로운 제국주의 국가가 됐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4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공시적으로 “관련 국가가 감당할 부채가 너무 많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투자는 총 56개국에 대해 156억달러 규모였다. 빚잔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전년 대비 투자대상 국가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일대일로의 사업 속도와 방식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주창자인 시 주석의 자존심과 결부돼 있다는 게 최대 문제”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