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였던 빌헬름 푸르트뱅글러의 지휘 스타일은 그렇게 멋있지는 않아요. 신장개업할 때 설치되는 ‘바람 인형’ 아시죠. 마치 그것처럼 허공에서 지휘봉을 막 흔들어대거든요. 영상으로 한 번 보시죠”
지난 20일 낮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정오의 클래식’ 강의실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클래식은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랐다. 뒷이야기들까지 재미있게 펼쳐지면서 클래식이 한걸음 가깝게 다가왔다.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는 20일을 시작으로 오는 7월3일까지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클래식 여행이 펼쳐진다. 이번 학기는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가 ‘세계의 오케스트라’에 대해 다룬다. 똑같은 음악이라도 연주자나 악기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런 만큼 강의를 통해 좋아하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강의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을 시작으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세계의 대표 오케스트라의 유래와 특징, 상임지휘자들을 알아보고 영상으로 연주를 감상하게 된다. 샌드위치도 제공된다.
점심시간에 즐기는 클래식 음악의 ‘힐링’은 기대보다 더 컸다. 설명과 함께 감상하는 클래식은 집에서 혼자 듣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오랜만에 듣는 강의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만 음악을 감상하기 좋게 조명이 어둡게 설정돼 중간중간 졸음과 싸우는 수강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 클래식 강좌는 지난 2007년 6월부터 시작돼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감상기초(정오의 클래식), 연주(정오의 음악회), 클래식 애호가 중심의 심화(클래식 플러스) 강좌가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오페라, 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의 강의가 마련돼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비슷한 강의가 있지만 검증된 강사의 수준 높은 강의가 매력으로, 이번 학기 기준 강의료는 15만~42만원 선이다. 세종예술아카데미는 1년에 세 번 봄학기(3~6월), 가을학기(9~12월)와 여름특강(7~8월)으로 운영된다. 수강자들은 근처 직장인들이나 은퇴 후 취미 생활을 위해 찾은 이들이 많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한 번 수강한 사람은 만족도가 높아 다음 학기에 또 수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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