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연출 진형욱)에서 신동미는 간분실 역으로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진정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신동미는 “이 작품, 그리고 ‘간분실’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두려움을 느낄 만큼 저 자신에게는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간분실은 억척스럽지만 남편 이풍상(유준상 분)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드러내는 연기는 물론 넷이나 되는 시동생들을 자식처럼 키우고 거두고, 손이 마를 새 없이 세차장 일까지 해가며 악착같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신동미가 곧 간분실이었다. ‘신동미의 재발견’이라는 극찬도 이어졌다. 그는 “분실이는 그런 여자인 거 같다. 혼자 살 수 없는 거 같고 풍상이와 가족이 짐일 수 있지만 짐 때문에 살아가는 여자인 거 같다“며 ”처음엔 문영남 작가의 캐릭터가 이름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서, ‘혹시 내가?’하는 생각을 가졌다가 지금은 확실히 알았어요. 남편의 분실된 간을 찾아주는 여자였던 거 거죠“라고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웃으면서 종영 인터뷰에 응한 그이지만, 작품 제안을 받고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두려움과 고민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는 “대본 속 간분실은 47세로 남편 유준상 선배님과 같은 동년배로 나온다. 그래서 고민을 했고 연기에 자신도 없어서 어떻게 하지 하다가 민낯을 선택했는데 방송에 나가기 전까지 무서웠다. ”고 털어놨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화장을 포기했다고 밝힌 신동미의 바람은 통했다. 캐릭터 몰입을 위해 실제 서울 근교를 돌면서 세차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고 옷과 가방, 신발 등을 구매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전혀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쌩얼’로 촬영에 임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봐주실까 두려웠는데 이것이 연기의 부스터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음에도 아쉬움이 남지만 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설 수 있었던 뜻 깊은 캐릭터이자 드라마였어요. 정말 큰 산을 넘은 것 같아요. 최고가 되고 싶어서 안달복달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늘 최고가 되고 싶었는데, 최고가 되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간분실 캐릭터에 공감하며 함께 웃고 울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감사드려요.”
드라마 속에선 신동미와 유준상의 환상 호흡을 만날 수 있다. 신동미는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유준상’이 들어있었다고 했다. 수차례 한 작품에서 만나 온 유준상이 주는 ‘신뢰감’이 한 몫했다.
“준상 오빠랑 많은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게 저희 부부가 진짜 부부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듣게끔 해준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거 같아요. 그 신은 어땠는지, 그 신은 어떤 게 좋았다는 얘기들인데 촬영 끝나고 나면 늘 그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제가 파트너 복이 있는 거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준상 오빠가 아니었으면 잘 못했을 것 같어요. 그 전에 오빠랑 함께 한 작품이 ‘꿈보다 해몽’인데 우리끼리 ‘이거 같이 하려고 그 영화도 같이 했나 봐’라고 말했다니까요.”
신동미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해준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늘 어렵기만 했던 ‘연기의 산’을 넘게 해준 점도 있지만, 데뷔 18년 동안 작품 전체 호흡을 함께 끌고 가는 주요 역할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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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주인공을 따라가거나 반대의 역할을 했지, 저의 감정으로 스토리를 팔로우 할 수 있는 작품은 처음으로 맡게 됐어요. 처음부터 20회를 끌고 가야 하니 더 절실할 수 밖에 없었죠. 이렇게까지 두려움에 떨면서 절실하게 한 적이 있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게다가 부모님은 자식이 주인공으로 나오니 너무나 좋아해주셨어요. 부모님이 뿌듯해 하시는 게 보이니 너무 감사했죠. ”
“이번 작품 하면서 되게 힘들었고, 초반 촬영에선 ‘덜덜덜’ 떨면서 하긴 했지만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그동안 했던 작품들 다 애정이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감정의 깊이를 끝까지 가보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경험하면서 또 다른 감정들을 생각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동미는 최근 개인적인 슬럼프가 찾아와 우울증에 빠졌다고 했다. 늘 최고에 대한 갈망이 컸던 그. 스스로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던 찰나 슬럼프를 경험했다고. 결과적으로 그는 “최선들이 더해져 최고가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 작품으로 인해 제가 놓쳤던 걸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너무 사랑하지만 애증의 관계인 ‘가족’ ‘부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죠. 연기적인 부분 역시요. 늘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 했는데, 아직은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거였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최고가 되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다시금 깨달았어요. 이제 겨우 분실이가 된 것 같은데, 드라마가 막을 내려서 너무 아쉽다는 생각과 함께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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