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에 오면 우리 공사가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조만간 피자를 주문하면 드론(무인기)이 날아와 문 앞에 배달해주는 드론 배달, 헬멧을 쓰고 커피 씨앗을 보면 원산지 등 각종 정보가 뜨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세용(사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는 5월 정식 개장을 앞둔 마곡지구 서울식물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여의도공원 두 배 면적의 이 공원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조성 중인 마곡지구 내 대표 명소다. SH가 서울시민 앞에 내놓게 될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스마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행자를 감지해 자동으로 빛 밝기를 제어하는 스마트 조명과 관람객 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무인계수 시스템 등 20여개의 첨단 시스템이 도입된다. 그는 “SH가 구상하는 스마트시티를 서울식물원을 비롯한 마곡지구에 그대로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 서울의 경쟁력은 ‘스마트시티’=김 사장은 교수에서 공사 사장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또 국내에서 대표적인 도시계획 전문가다.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저탄소 도시계획 시스템과 주거복지 모델 개발, 한국형 스마트시티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뿐 아니라 잠실지구 재건축 기본 구상, 수색지구 개발 기본 구상, 균형발전촉진지구 마스터 건축가 등 서울시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캠퍼스타운 조성 시범사업인 안암동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하기도 했다.
올해로 취임 2년 차를 맞은 김 사장은 미래 서울의 경쟁력을 스마트시티에서 찾고 있다. 그는 “개발할 땅이 많이 남지 않은 서울에서 이제는 고도화된 ‘콤팩트 스마트시티’로 재생을 추진해 활용도를 높이고 관리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정보통신(IT) 유망기업이 많은데다 인구밀도까지 높아 첨단기술을 적용한 도시관리가 되레 유리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12년 저탄소 스마트 도시계획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스마트시티나 에너지 저감 하면 생소한 개념이었고 언제 적용이 되려나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공공이 먼저 앞서 나가면 민간에서도 ‘돈이 되는 모양이다’며 뒤따라오는 경향이 있어 공기업인 SH가 선도해나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중 마곡지구와 고덕 강일지구는 스마트시티를 향한 첫걸음이다. 스마트시티 시범단지로 조성 중인 마곡지구에는 6월까지 공공 와이파이존 109개소, CCTV 257개, 재난 예보·경보 방송장비 1개소 등 정보통신·안전·교통·재난관리 인프라가 구축된다. 고덕 강일지구에는 공간복지와 스마트시티를 결합한 ‘소셜 스마트시티’ 개념이 도입된다. 소셜 스마트시티는 사물인터넷(IoT)·정보통신·교통 등에다 커뮤니티 조성, 시민 참여 활성화 등을 통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동체 주거공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그는 “200가구 안팎의 조그만 마을에는 더 짜임새 있는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타운을 조성할 것”이라면서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부동산박람회 미핌(MIPIM)에 SH가 최초로 참가해 마곡 스마트시티를 소개했다. 부스에 인원이 차 못 들어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출범 30주년, SH의 미래를 그리다=올해는 88올림픽 특수 이후 대규모 주택공급 임무를 부여받고 SH가 출범한 지 30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지난 30년간 SH는 약 20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직접 건설했고 지금도 약 19만5,000가구를 관리하고 있다. SH는 앞으로 1~2인 가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주택 시장에 걸맞은 주택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서울시와 SH가 2022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공적임대주택 24만가구와 8만가구의 추가 임대주택을 포함하면 앞으로 약 3년 반 정도 후에는 현재 7%에 불과한 서울시 임대주택 비율은 두 자리 수가 된다”면서 “이를 향후 10년 안에 20%까지 높여 서울시민의 5분의1이 질 좋은 임대주택에 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H는 24만가구 공적임대주택 중 6만7,700가구를, 8만가구 임대주택 중 2만9,820가구를 공급한다.
임대주택 공급 방안 중 하나인 ‘도로 위 주택’은 SH가 직접 제시한 아이디어였다. 그는 “8만가구 주택공급 중 제일 먼저 삽을 뜨는 곳이 바로 우리가 직접 구상했던 도로 위 주택”이라면서 “후보지가 몇 군데 있지만 중랑구 신내동 인근 북부간선도로 한 곳은 이미 확정됐고 내년에 첫 삽을 떠 3년 정도 후에는 입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SH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선포한 주택 브랜드 ‘청신호’의 탄생 비화도 털어놓았다. 청신호는 이들 계층에 특화된 맞춤형 주택이다. 네이밍 공모 시 외국 명칭이 검토되기는 했으나 지난해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었던 만큼 한글 이름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청신호로 의견이 모였다.
김 사장은 “요즘 청년들을 보면 자기 돈 주고 제일 많이 먹는 음식은 밥이나 빵이 아닌 커피”라면서 “그런 것을 보면 사실 주방도 필요 없게 된 것인데 싱크대를 없애고 남는 돈으로 빌트인 에어컨을 달아주는 등 1~2인 가구에 맞는 맞춤형 주택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제1호 청신호 주택은 성북구 정릉동의 행복주택으로 7월 완공 예정이다.
국내 법·제도 미비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고쳐야 할 법률을 세어봤더니 47개에 달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국토교통부 또는 국회 건의 등을 통해 개선에 앞장설 계획이다.
김 사장은 “최근 뉴욕의 새 명소로 떠오른 벌집 구조물 허드슨 야드를 보면 일장일단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뉴욕은 필지별로 용적률이 다르고 세분화돼 있어 이런 독특한 건물도 탄생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도 도시계획 권한을 지방에 나눠줘 좀 더 융통성 있는 도시계획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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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광주 △2006년 고려대 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 △2006~2010년 서울시 마스터플래너 △2012~2013년 미국 하버드대 풀브라이트 펠로 △2013~2015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2013~2015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2014~2015년 미국 컬럼비아대 겸직교수 △2018년~ 제14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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