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검찰이 증인신문 기일을 일괄 지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증인 대다수가 현직 판사인 탓에 출석이 어려워 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증인으로 소환된 현직 판사들이 자신들의 재판 일정 때문에 소환 날짜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서 검찰은 증인 소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재판부는 오는 28일 시진국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통영지원 부장판사)을 시작으로 내달 2일엔 정다주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4일엔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검찰에 따르면 세 명의 증인 중 정 부장판사만 출석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시진국은 본인 재판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지정돼 있고, 서울과 거리가 먼 통영에 근무해서 재판 기일 정리 등을 위해 5월 2일이나 4월 중순 금요일에 출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박상언 부장판사도 자신이 소환된 다음 날 재판이 잡혀있어 재판 준비로 4일엔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주 2회 재판이나 재판 준비 일정을 이유로 출석일을 한 달 가까이 늦춰달라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런 점을 수용하다 보면 이 재판이 한없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통상 중요 사건에서 증인들이 생업 종사나 자녀 양육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 재판부는 과태료를 부과해 출석을 독려했다”며 “이 사건 증인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일반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불출석 사유를 판단해 출석을 독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또 “이 사건 재판엔 100명 이상의 현직 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데, 이번처럼 본인 재판 일정을 이유로 기일 연기 요청이 반복될 것으로 염려된다”며 재판부에 증인신문 기일을 일괄해서 지정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증인 소환 가능성을 확인한 뒤 추후 입장을 설명하기로 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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