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난임 시술 1회에 400~5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들은 결과다.
박 시장은 26일 중구 사랑의열매회관에서 열린 ‘민주주의 서울 간담회’에서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건소뿐 아니라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동네 병원 등 어디서나 쉽게 주사를 맞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난임시술 지원 횟수와 나이 제한 문제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확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만약 충분치 않다면 서울시가 반드시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서울 간담회는 시장이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는 행사로 이날 주제는 ‘난임’이었다. 한 여성은 “한번 (시험관) 시술을 하는 데 400만∼500만원이 든다”며 “노후 대책도 없고 적금도 부을 수 없지만, 우리한테는 가족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횟수와 나이 제한에 걸려있는 사람들을 서울시가 한시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난임 시술 비용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 옮겼고 결국에는 보증금을 빼서 경기도 외곽까지 갔지만 결국 시술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며 “현실에 맞는 제도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난임으로 시험관 시술을 하는 여성은 과배란을 유도하는 복부 주사와 수정란 이식 후 착상을 유도하고 유산을 방지하는 프로게스테론 주사(일명 돌주사) 등을 4주에서 최대 8주간 매일 일정한 시간에 맞아야 한다. 프로게스테론 주사는 스스로 놓기가 어려워 병원에서 맞는 경우가 많은데 처방 병원이 아닌 일반 동네 병원들은 다양한 이유로 주사 투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박 시장은 보건소 난임주사 지원 외에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에 난임센터를 설치하고, 난임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난임 여성을 대표해 발제를 맡은 여성 두 명을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보건소 난임주사 투여를 위해서는 별도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고, 부작용에 대비한 보험에도 보건소가 가입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준비해 가능한 보건소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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