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기준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제출을 앞뒀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의 능률성 향상, 실질적 자치권 확대, 주민참여제도 실질화 등을 목표로 지난해 말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관계 부처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이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한다면 1988년 이후 31년 만에 전부개정이 이뤄진다.
지자체 능률성 향상을 위해 ‘특례시’라는 행정적 명칭을 받을 수 있는 대도시의 기준은 기존 논의와 같이 ‘인구 100만명’으로 정해졌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의 행정·재정·자치 권한을 확보하고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다. 현재 인구 100만이 넘은 도시는 경기 용인·고양·수원과 경남 창원 등 4곳이다. 특례시 논의 과정에서 인구가 100만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도시들 위주로 특례시 기준을 조정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정부는 기준을 인구 100만명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다양한 특례시 기준을 포함한 다른 개정안과 병합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현재 인구 50만명 이상이며 행정수요가 100만명 이상인 도시, 인구 50만명 이상으로 도청 소재지인 도시 등을 특례시 명칭 부여 기준으로 한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는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간담회를 제도화함으로써 중앙과 지방의 협력관계를 정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질적 자치권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 간 사무 배분의 원칙을 명확히 해 중앙의 자의적인 사무 배분을 막는다.
행정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법정 부단체장 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도 부단체장 1명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인구 500만명 이상 지자체는 2명을 더 둘 수 있다.
시·도지사가 가졌던 시·도의회 사무직원 임용권은 시·도의회 의장에게 넘어가 의회사무처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중앙에 대한 지방의 자율권을 뜻하는 ‘단체 자치’를 넘어 ‘주민 자치’를 강화하는 요소도 포함해 주민참여제도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대표적이다.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 주민소송의 기준 연령은 19세에서 18세로 낮춰 주민 참여의 폭을 넓힌다. 주민이 주도해 마을의 의제를 정하고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풀뿌리 주민자치기구인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도 규정한다.
강화된 자치단체의 자율성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장치도 마련했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이나 조직·재무 등 지자체의 주요 정보는 정보공개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공개함으로써 주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지방의원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는 지금은 재량에 맡겨뒀으나 앞으로는 의무로 바꾼다. 또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의원에 대한 징계 등을 논의할 때 의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도록 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통해 자치분권의 최종 결실이 주민에게 돌아감으로써 주민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변화될 것”이라며 “지방의 창의적인 혁신으로 지역사회의 활력이 제고돼 국가의 새로운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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