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노동계와 경영계 등에 따르면 노사정 대표는 28일 ILO 핵심협약의 비준 관련 사항을 논의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를 앞두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물밑에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의 한 공익위원은 “노사 간에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의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지 전혀 알아보지 않고 있다”며 “노사에 합의를 위한 대화를 압박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정부로서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달 9일까지 비준안의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경사노위에서 노사 양측의 주장을 모두 논의해봐야 한다며 일괄타결 방침을 내비쳤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수록 합리적 대안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경영계가 주장한 쟁의행위·단체교섭 관련 사안도 다 열어놓고 논의해 경사노위에서 일괄타결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그림이 끝까지 잘 그려질지는 미지수다. ILO 협약 비준을 두고 노사의 입장 차가 워낙 큰 탓이다. 경총은 올해 초 낸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 등 건의안이 모두 핵심요구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협약 미비준 시 한·EU FTA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협정문상 비준 자체가 아닌 ‘비준을 위한 노력’이 의무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협약 비준과 관련한 논의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경총은 26일 낸 입장문에서 “EU가 ILO 핵심협약의 미비준을 이유로 보복조치를 하면 이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하면 될 것”이라며 “EU 회원국마다 ILO 핵심협약의 이행 정도도 상이한 만큼 우리도 주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경사노위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계 요구는 다 들어주고 경영계만 압박한다는 경총의 주장에 ILO 협약 비준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며 “협약부터 우선 비준하라”고 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