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군소 극우정당의 주요 인사들이 호주 총기법을 완화하고자 미국의 총기 옹호단체 겸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로부터 거액의 자금지원을 받으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 같은 사실에 외국의 로비스트가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것을 범죄화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25일(현지시간) 중동 언론사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 매체의 한 기자는 풀뿌리 총기 옹호 활동가로 위장해 호주 극우정당 ‘원 네이션’(One Nation)이 미국 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는 현장을 목도했다. ‘원 네이션’당의 호주 퀸즐랜드주 지도자로 주 장관을 지낸 스티브 딕슨, 당 대표 비서실장인 제임스 애슈비는 지난해 9월 NRA 인사 등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게 됐고, 위장한 기자도 동행했다. 당 대표인 폴린 핸슨은 당시 빠졌다.
알자지라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애슈비는 자신이 NRA 측과 접촉하려는 것은 호주 내 지지자 규합을 위해 NRA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슈비는 또 “그들의 소프트웨어를 얻고 싶으며, 자금지원마저 받는다면 훨씬 좋다”며 오는 5월 예정된 총선에서도 더 많은 의석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슈비는 구체적으로 2,000만 달러(226억 원)의 지원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5일 호주 출신 백인우월주의자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총기 난사 테러를 자행한 지 약 열흘 만에 알려지게 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원 내이션’ 인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올해 1월부터 호주에서 ‘외국인 정치헌금 금지법’이 발효됨으로써 법 위반 소지도 있다. 모리슨 총리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오는 5월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왜 원 내이션당에 투표하면 안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맹비난했다.
원 내이션 당 측은 성명을 통해 외려 알자지라의 취재 행태를 꼬집었다. 당 측은 “알자지라 기자의 초청 형식으로 NRA 및 미국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면서 “외려 알자지라가 호주의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에서는 1996년 태즈메이니아의 유명 휴양지인 포트 아서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진 뒤 엄격한 총기 규제법이 제정됐고, 이후로는 5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사라진 상황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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