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보기술(IT) 기업 NTT데이터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분야의 ‘스타 인재’ 확보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인 연봉 3,000만엔(약 3억778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특별인사제도를 신설했다. 일본은 물론 국경을 넘어 AI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고민 끝에 내놓은 특단의 조치였다. 소프트웨어 업체 디엔에이(DeNA)의 모집요강에는 ‘AI 분야에 실적이 있는 사람 우대’라는 문구가 명기됐다. 후지쓰도 지난해 2월 우수한 AI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리크루터를 전년 대비 40% 증원했다.
빅데이터와 로봇 등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AI 인재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인력 보유에서 한국과 더불어 주요국 꼴찌 수준에 머무는 일본이 부쩍 다급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일본이 보유한 AI 인력은 3,117명, 한국은 2,664명으로 나란히 글로벌 14위, 15위에 그쳤다. 2만명이 넘는 미국과 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1만8,232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내년 말이면 일본 산업계에서 부족한 AI 인력이 3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일본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이끄는 일본 정부통합혁신전략추진회의는 AI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인력을 연간 25만명씩 양성하는 목표를 담은 ‘AI 전략’을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연간 약 50만명의 모든 대학생과 고등전문학교 학생들에게 초급 수준의 AI 교육을 받도록 하고 연간 25만명은 딥러닝을 체계적으로 배운 전문 AI 인재로 키울 방침이다. 여기에는 문과생도 포함된다. 일본 정부는 모든 이공계 및 보건 계열 대학생(18만명) 외에 문과의 15%에 해당하는 7만명 정도를 AI 인재로 육성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이미 확고한 선두그룹인 미국과 중국 역시 민간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AI 인재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AI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인공지능에서 미국 리더십 가속화’로 명명된 이번 행정명령은 기술 개발자들이 연방기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AI 분야에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미 행정부 고위관리는 “AI 분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기회를 넓히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며 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2017년 AI 분야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업계 대기업들은 중국 대학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설립해 인재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기준으로 AI 전공을 신설한 중국 대학은 약 489개로 전년 대비 244% 늘어났다.
한국도 소프트웨어(SW)·빅데이터·클라우드까지 포함한 AI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산업현장의 AI 융합 실무인재 교육에 나서는 한편 9월부터 KAIST·고려대·성균관대에 AI대학원을 개설한다. 2022년까지 AI 대학이 6개로 늘어난다. SW중심대학 지정도 올해 5개를 늘려 35개까지 확대하고 프랑스 파리의 혁신적 SW 교육기관인 ‘에콜42’를 벤치마킹해 9월부터 서울 개포동에 서울판 에콜42도 개소한다.
하지만 당장 산업현장에서는 고급 AI 엔지니어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스마트팩토리나 로봇·드론·자율주행차 등의 바탕에 AI가 있는데 산업현장의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AI·SW·빅데이터·클라우드·증강현실·가상현실 인재가 모두 부족하지만 이 중 AI 전문가가 2022년까지 7,000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인프라 격인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소위 개·망·신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도 청와대와 정부가 지난해 정기국회 통과를 호언장담했으나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2016년 봄 ‘알파고 쇼크’ 직후 정부가 의욕을 보였던 인공지능연구원은 어느 순간 기업에 맡긴 채 정부는 뒤로 빠졌다. 김지원 과기정통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과장은 “정부가 AI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으나 AI대학원 등 처음부터 규모를 크게 가져가려면 예비타당성 검토에 시간이 걸리는 등 현실적 애로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고광본선임기자 박민주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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