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의 창의적 디지털 환경을 저해한다.” (구글 대변인)
지난 2016년 개정안이 발의된 뒤 2년여간의 공방을 거친 ‘저작권 지침’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온라인플랫폼에서 작가와 예술가·언론 등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저작권 지침’ 법안을 찬성 348표, 반대 274표, 기권 36표로 통과시켰다.
EU 저작권법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생기기 전인 2001년 제정돼 그동안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후 15년이 지난 2016년이 돼서야 개정안이 본격 발의됐고 올 2월 잠정합의를 거쳐 이날 가결에 이르렀다.
의회 통과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이 법안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에 대해 콘텐츠 활용의 법적 책임을 엄격히 지우는 일종의 ‘족쇄’ 같은 법안으로 지난해 적용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함께 EU가 미국 실리콘밸리를 향해 빼 든 날카로운 칼날이기 때문이다. 총 24개 조항 중 핵심쟁점은 링크세를 규정한 11항과 업로드필터(저작권 인식 기술) 의무화 조항인 13항이다. 링크세는 온라인플랫폼에서 뉴스 콘텐츠를 노출하면 해당 제작사(언론사)에 구글 등 관련기업이 일정 비용을 지급하게 하는 것이다. 업로드필터는 글·음원·이미지 등에 대한 검열을 의무화해 콘텐츠 무단복제를 막는 방안이다.
일각에서는 이 필터가 ‘인터넷 밈(meme·인터넷상에 재미있는 말을 적어 넣어 다시 포스팅한 그림이나 사진)’ 문화 등 창작활동을 위축시키고 정치풍자조차 ‘저작권 위반’이라고 차단해 자유로운 콘텐츠 공유를 막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같은 조항을 담은 저작권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은 플랫폼 운영 등 사업상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구글은 이날 성명에서 “새 저작권법이 여전히 모호하고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며 “당장 유럽 내 사업을 접기보다 세부내용에 대해 정책입안자뿐 아니라 저작권 당사자들과도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안은 다음달 9일 유럽이사회 표결을 통과해 최종 승인될 경우 관보를 통해 공포된 뒤 효력을 갖게 된다. EU 회원국들은 2년 내 링크세·업로드필터를 포함한 저작권지침을 자국법에 녹여 넣어야 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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