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공로수당’ 지급으로 ‘현금복지’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시 중구가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교통비도 지원하기로 하면서 지자체들의 현금복지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의 여타 자치구는 물론 다른 지방들도 폭탄투하식 현금살포를 강행해 나라 살림의 고삐가 풀리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같은 포퓰리즘 정책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재정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구는 오는 5월부터 관내 저소득 대학생에게 연 54만원의 교통비를 보조한다고 27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를 받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 △법정 차상위계층 △기준중위소득 52% 이하로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 규정한 한부모가족이다. 54만원은 5월과 10월에 분할 지급된다. 예산은 전액 구비로 충당되며 총 1억1,300만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자치정부’도 31일 문을 연다. 이는 청년이 예산 500억원을 심의·집행하겠다고 해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청년의 정치참여를 늘리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자체들의 현금살포는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도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 내용’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가 복지부와 협의해 신설한 복지사업은 총 930건에 달한다. 경기도가 101건으로 가장 많고 전북 88개, 전남 83개, 강원 63개 등의 순이다. 이 중 67.7%인 489건이 현금이나 지역화폐(상품권)를 직접 주는 방식이었다. 해당 예산만도 4,300억원이나 된다. 아동수당도 마찬가지다. 전국 20개 지자체가 아동수당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중복지급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확대하려면 복지부와 사전에 협의해야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 현금살포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이날 대한상의 강연에서 “생산 없는 현금분배는 인적자원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변재현·박형윤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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