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은행원 노대호. 타고난 승부근성과 끈기로 ‘올해의 영업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지만 그도 옛일, 정리해고 1순위로 지목된 그는 뜻하지 않게 본점 감사로 발령받게 됐다.
철 지난 아재개그와 사람 좋아하는 넉넉한 동네 지점장 앞에 펼쳐진 권력암투, 그는 과연 자신이 은행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어떤 ‘일’을 벌이게 될까.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수목 미니시리즈 ‘더 뱅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재진 감독과 배우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김태우, 안우연, 신도현, 차인하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 뱅커’는 대한은행 대기발령 1순위 지점장 노대호(김상중)가 뜻밖에 본점 감사로 승진해 조직의 부정부패 사건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은행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각자가 주인이 되기 위해 펼치는 치열한 권력 암투를 생생하게 그릴 계획이다.
이재진 감독은 ‘금융드라마의 탈을 쓴 정치드라마’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무엇이 권력다툼과 갈등을 만드는지 추적하는 이야기”라며 “욕망을 다루기에는 주식과 증권이 자극적이고 재미있겠지만, 은행을 다루는 것이 사회적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작은 일본 만화로, 드라마화된 바 있다. 이 감독은 “원작이 98년쯤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일본 상황과 드라마의 배경인 현재 한국 금융상황은 많이 다르다”며 “IMF 시대로 가면 비슷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비슷하나 세부적인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연기대상 3인방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의 ‘대박 캐스팅’이다. 이 감독도 “어떻게 이들을 캐스팅했을까 나도 놀란다”며 “킹 콜렉터다.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김태우 모두 왕 역할을 해보신 분들이다. 왕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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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캐스팅된 김상중의 출연 계기도 독특하다. 원작 만화 주인공의 모습이 꼭 그를 닮았다고. 이 감독은 “아무것도 없이 만화책 한 권 들고 갔는데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이야기를 꺼내자 김상중은 “정확히는 만화책 세 권이었다”고 이어받은 뒤 “드라마는 허구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주 현실적이다. 현실을 꼬집는 가운데 재미도 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이야기는 기존 드라마에 등장한 적 없었던 은행 ‘감사’를 소재로 삼았다. “나도 감사의 역할에 대해 궁금했다”는 김상중은 “주주총회를 통해 선출되는 직책으로, 권한이 정해져있고 행장이 인사권을 휘두를 수도 없다”며 “작가 중 금융계에 종사했던 분이 있어 비교적 쉽게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입을 모아 작품의 메시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유동근은 ‘사람 위에 돈과 권력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채시라는 “포스터 보면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은행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저 입장이었으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큰 틀에서 모두가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상중은 “노대호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다. 일개 지점장이었고, 고객들의 민원을 들어주기 위해 별 일을 다하는 보통 사람”이라며 “별볼일 없는 사람이 노력하면 별을 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영웅이 될 수 있고,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다”는 이야기로 뭉클함을 자아냈다.
한편 김상중과 유동근, 채시라 등 ‘연기대상’ 어벤저스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으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 ‘더 뱅커’는 27일 오후 10시에 첫방송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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