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항거 불능 상태인 줄 착각하고 억지로 성관계를 했다면 준강간은 아니라도 미수죄는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 준강간 미수 혐의로 기소된 박모(2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상근예비역으로 근무 중이던 박씨는 지난 2017년 4월 새벽 자신의 집에서 아내, 피해자와 술을 마시다가 아내를 따라 안방에서 잠든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었다. 박씨는 피해자가 만취해 항거 불능 상태로 착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검찰은 당초 박씨를 성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가 1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바꿔 준강간 혐의를 추가했다. 강간은 폭행·협박 등으로 피해자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고 성관계를 갖는 것이고, 준강간은 다른 원인으로 피해자가 항거 불능된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가졌을 때 적용된다.
1심은 강간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준강간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술에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군검찰은 공소장을 또 바꿔 준강간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2심은 군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준강간 혐의는 무죄로 인정하고 준강간 미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다수 의견을 낸 10명의 대법관은 “박씨가 준강간을 하려고 했다가 착오로 인해 범죄에 이르지 못했지만 그 행위의 위험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준강간 미수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순일·안철상·김상환 등 3명의 대법관은 “박씨의 행위가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한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미수범의 영역에서 논의할 문제도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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