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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10명 중 1명, 수학 기초도 안돼"

교육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학생 대상 기초학력 진단 방침

‘자율’ ‘평등’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하에서 중고등학생의 기초학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놀란 교육부가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현 정부 들어 폐지된 일제고사가 사실상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부가 내놓은 ‘2018년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수학에서 중학생(3학년)의 11.1%, 고등학생(1학년)의 10.4%가 최소한의 성취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기초학력 미달로 집계됐다. 국어의 경우도 중학생 4.4%, 고등학생 3.4%, 영어는 중학생 5.3%, 고등학생 6.2%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중이 높았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지난해 대폭 늘었다. 지난 2017년 평가 때 중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2.6%, 수학 7.1%, 영어 3.2%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 과목 모두 많게는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도 지난해 국어 5%, 수학 9.9%, 영어 4.1%로 올해 국어를 제외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중이 늘었다. 기초 미달 학생이 급증하자 교육부는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을 통해 현재 중3·고1만 대상으로 하는 진단평가를 앞으로 초1부터 고1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현 정부 들어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부가 빨리 파악해야 한다”며 “교육정책과 관련해 대안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우리나라 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특히 진보적인 교육정책을 표방하는 현 정부 들어 평균보다 떨어지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크게 늘면서 자율과 평등이 전체 학력을 떨어뜨린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2018년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학습능력 저하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중학생 기초학력 미달률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전수조사로 실시하던 지난 2012년이었다. 당시 중학생은 국어 1%, 수학 3.5%, 영어 2.1%였으며, 고등학생은 국어 2.1%, 수학 4.3%, 영어 2.6%였다.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률이 중학생은 국어 4.4%, 수학 11.1%, 영어 5.3%, 고등학생은 국어 3.4%, 수학 10.4%, 영어 6.2%인 것을 고려하면 6년 동안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2015년부터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가 빠진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률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지난해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중고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대폭 늘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이 국가 교육과정을 어느 정도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치러지는 시험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수 평가했고 2017년부터는 표집 평가로 바꿔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능력 저하가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등 진보적 교육정책이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학력 저하로 이어진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부분적으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이 중학교 자유학기제 등 토론 중심 교육을 하면서 객관식 위주 지필 고사인 학업성취도 평가와 괴리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문 정부 교육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다. 박 차관은 “기초학력의 개념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초학력 미달 비율 상승과 혁신학교 확대 정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교육 공약이었던 혁신학교에 대한 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경제적 빈부격차도 학업성취도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역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보통 학력 이상 비율은 차이가 벌어졌다. 실제 공부를 잘하는 우수 학생들이 ‘교육 1번지’ 강남과 같은 대도시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미달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던 수학의 경우 대도시에 사는 중학교 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66.8%로 읍면 학생들의 55.7%보다 10%포인트 넘게 높았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도 수학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은 대도시(73.4%)와 읍면(64.4%)이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교육부는 “전반적으로 대도시가 읍면지역에 비해 수학·영어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녀 학생들의 학습능력 격차가 커진 점도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나타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반적으로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았으며 고등학교 수학만 남학생의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국어와 영어는 여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모두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중학교는 국어의 경우 여학생(87.4%)이 남학생(75.6%)보다 11.8%포인트, 영어는 여학생(71.6%)이 남학생(60.4%)보다 11.2%포인트 높았다. 또한 고등학교는 국어의 경우 여학생(87.5%)이 남학생(75.9%)보다 11.6%포인트, 영어는 여학생(85.6%)이 남학생(75.4%)보다 10.2%포인트 높은 성취도를 보였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초1부터 고1까지 모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맞춤지도하는 등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세종=연합뉴스


교육부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모든 학생 학력 진단 카드를 꺼냈다. 지난 2017년 모든 중3·고2가 치르던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한 지 2년 만의 방향 선회로 사실상 일제고사가 2년 만에 부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모든 학생에 대한 학력 진단을 하겠다고 28일 발표했다. 기초학력 진단·지원 및 평가 체제를 개편해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결과를 학생지원·정책수립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초학력 진단 도구나 방법은 학교 자율에 맡겼지만 평가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 진단결과는 부모에게 통지하고 가정에서의 학습, 생활태도 등과 연계해 학생별 맞춤 학습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의 학력 진단을 표집 평가에서 전수 평가로 바꾸는 것은 2년 만이다. 그동안 진보성향 교원단체들이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전수평가인 ‘일제고사’를 반대해왔고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 평가로 바꿔 실시해왔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학력을 진단하겠다면서도 일제고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학교마다 똑같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등에서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선택해 치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차관은 “학교 서열화와 지나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평가 도구 선택권은 학교에 준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가 시스템에 접속해 학생들에게 과목별 25~30문항의 시험을 치르게 하고 기준 미달 학생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초학력 미달, 기초학력, 보통, 우수 등 4단계로 개별 학생의 성취도를 측정하는 반면 기초학력 진단은 미달이냐 아니냐만 판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생 학력 진단 평가가 기존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비교했을 때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기초학력 진단은 학급 학생 가운데 학력미달 1~2명을 찾아낼 뿐 나머지 절대 다수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한다”며 “학력 미달뿐 아니라 기초·보통 수준인 학생까지 더 나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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