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개사, 독일 2개사, 영국 1개사 등 모두 9개의 총기 메이커가 달라붙은 경합의 최종 후보는 콜트와 새비지 등 2개의 미국 회사. 탄알집이 회전하는 리볼버식이 아니라 유럽에서 19세기 말 등장한 자동권총을 들고 나온 두 회사는 2년 동안 미 육군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쳤다. 결국 불량 격발 37회를 기록한 새비지를 누르고 단 1회에 그친 콜트가 낙점됐다. 미 육군에 이어 해병대와 해군도 뒤따라 주문을 냈다. 자잘한 부품 없이 단순한 구조인데다 정비가 쉽고 내구성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알려지며 각국에서 주문이 밀려 들어왔다.
결정적으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45구경을 세계적인 명총기의 반열에 올렸다. 미국 총기회사들이 2차 대전 중에 생산한 M1911A1(1927년 선보인 소폭 개량형)만 230만여정에 이른다. 총생산량은 300만정 이상. 아르헨티나와 노르웨이·이탈리아·캐나다 등의 합법적 면허 생산품뿐 아니라 불법 복제품도 많다. 염석산 군벌 치하의 중국 산시성도 1930년대에 복제품을 만들었다. 중국 국영 노린코사는 최근까지 무단 복제품을 버젓이 수출하고 미군과 싸우던 월맹도 선반으로 쇠를 깎아 45구경을 복제했다. 한국도 1949~1951년 사이 부산 조병창에서 미군의 묵인 아래 만들었다. 당시 생산된 500여정 가운데 4정이 전쟁기념관에 남아 있다.
미 육군이 제식 권총을 1985년 이탈리아 베레타사의 M9으로 교체했어도 콜트의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위력을 중시하는 미 해병대는 개량형을 사용한다. 할아버지부터 증손자까지 4대가 복무하며 쓴 사례도 있다. 요즘에는 쇠락했어도 콜트사는 M-16 소총 시리즈의 공급사로도 유명하다. 두 세기에 걸친 세월 동안 콜트사가 만든 총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이런 말이 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콜트가 그들을 평등하게 보냈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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