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모든 학생 학력 진단 카드를 꺼냈다. 지난 2017년 모든 중3·고2가 치르던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한 지 2년 만의 방향 선회로 사실상 일제고사가 2년 만에 부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모든 학생에 대한 학력 진단을 하겠다고 28일 발표했다. 기초학력 진단·지원 및 평가 체제를 개편해 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결과를 학생지원·정책수립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초학력 진단 도구나 방법은 학교 자율에 맡겼지만 평가는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 진단결과는 부모에게 통지하고 가정에서의 학습, 생활태도 등과 연계해 학생별 맞춤 학습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의 학력 진단을 표집 평가에서 전수 평가로 바꾸는 것은 2년 만이다. 그동안 진보성향 교원단체들이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전수평가인 ‘일제고사’를 반대해왔고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2017년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 평가로 바꿔 실시해왔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학력을 진단하겠다면서도 일제고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학교마다 똑같은 시험을 치르지 않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등에서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선택해 치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차관은 “학교 서열화와 지나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평가 도구 선택권은 학교에 준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가 시스템에 접속해 학생들에게 과목별 25~30문항의 시험을 치르게 하고 기준 미달 학생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초학력 미달, 기초학력, 보통, 우수 등 4단계로 개별 학생의 성취도를 측정하는 반면 기초학력 진단은 미달이냐 아니냐만 판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생 학력 진단 평가가 기존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비교했을 때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기초학력 진단은 학급 학생 가운데 학력미달 1~2명을 찾아낼 뿐 나머지 절대 다수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한다”며 “학력 미달뿐 아니라 기초·보통 수준인 학생까지 더 나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모두를 위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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