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매물은 ‘흙 속의 진주’를 찾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정보가 없어서 투기가 아니라고 하는데, 추천 하나만 믿고 본인 돈을 수십억원이나 투자하겠습니까. 확실한 투자정보가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투기가 아니라는 말은 거짓말이죠.” (흑석 9구역 부동산중개업소 대표 A씨)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 사장은 28일 현장을 찾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흔치 않은 알짜 물건을 구입했고 재개발이 마무리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대변인이 지난해 7월 사들인 흑석동 2층 상가주택은 흑석뉴타운 9구역에 위치해 있다. 대지면적은 120.50㎡ 규모다. 흑석 9구역은 인근에서 재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지역이다. 지난해 5월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고 현재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개발이 끝나면 11개 동, 1,536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현장에서 만난 전 건물 주인 B씨는 “부동산을 통해 거래했기 때문에 (김 대변인이)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고, 왜 샀는지도 몰랐다”며 “재개발을 생각하고 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건물 1층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지난해 급전이 필요해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내놓았다. 제값을 못 받고 판 것도 억울한데 기사까지 나면서 손님이 더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김 대변인의 건물 매입에 대해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세차익을 노린 전형적인 재개발 투자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중개업소들도 예외는 아니다. 흑석 9구역 재개발 관련 매물을 주로 취급하는 공인중개사 C씨는 “김 대변인이 구입한 매물은 재개발이 되면 아파트 두 채와 상가 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근처에 이런 매물 자체가 흔치 않다”며 “그나마도 그런 건물은 이제 매물로 나오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가격이 좀 올랐을 시기라고는 해도 급매물로 산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을 것”이라고 했다. 건물 인근의 한 상인은 “재개발 소식이 나온 후 상인들은 많이 빠져나갔고 손님도 별로 없다. 재개발이 아니라면 볼 것이 뭐 있다고 25억원이나 주고 여길 사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부동산중개업소의 홍영수 실장은 “지난해 7월에 샀다면 실질적으로 시세차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10년 후 정도를 내다보면 시세차익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대표 D씨는 “동작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는데 대출을 그 정도로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아파트가 아닌 건물은 감정평가 금액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한데 평가 금액 이상 대출을 해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진동영·이주원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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