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성적소수자 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애플리케이션 ‘그라인더(Grindr)’를 운영하는 중국 업체에 매각 명령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그라인더를 소유한 중국 게임회사 쿤룬에 앱을 팔라고 지시했다. CFIUS는 기업이 매각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집행을 위한 대통령 명령을 추진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그라인더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성전환자가 교제 상대방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앱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활용하고 있다.
쿤룬은 2016년 그라인더 지분 60%를 9,300만달러(약 1,057억원)에 사들인 후 지난해 1억5,200만달러에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입했다.
● 매각명령 왜?
美관료 정보 유출 가능성
반도체 등 첨단기술 이어
中 개발 앱·SNS도 경계
WSJ는 CFIUS가 그라인더 매각 명령을 내린 것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중국이 빼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이 앱을 이용하는 미국 관료나 보안관리자의 정보를 빼낸 뒤 성적소수자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으로 각종 기밀을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WSJ는 “이번 결정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메모리칩과 무기 같은 민감한 기술만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다루는 소셜미디어(SNS)와 앱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주변국에 촉구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미 당국은 중국 업체가 직접 개발한 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가령 중국의 동영상 앱인 ‘틱톡’은 올 들어서만도 미국에서 1,000만명 이상이 내려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인수한 미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이 개발한 앱을 막지 못하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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