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라운드는 자칫 설렘으로 시작해 낙담으로 끝나기 쉽다. 실전 감각이 무뎌진 데다 코스의 잔디 상태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스코어가 전부인 시기는 아니지만 눈덩이 스코어는 올해 골프 농사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 없다. 줄줄 새는 타수만 조금씩 줄여도 ‘잔인한 봄’을 맞지 않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바로 ‘골프 지능’이다. 생각과 전략만 약간 수정하면 스코어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의외로 크다.
◇확률이 높은 플레이를 한다= 파5홀의 세컨드 샷을 가정해보자. 핀까지 250야드가 남았고 180야드 지점에 개울이 흐르고 있다. 제대로 맞으면 하이브리드 클럽이나 페어웨이우드로 개울을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 확률이 100%에 가깝지 않다면 짧은 아이언으로 개울 앞까지 끊어 가는 게 훨씬 현명하다. 어쩌다 나왔던 ‘빅 샷’을 매번 기대하는 건 무모하다. 유명 교습가인 데이브 펠즈는 “타깃을 평가할 때는 현재 볼이 놓인 상태에서 100번의 샷을 한다고 상상한 후 그 100개의 볼의 결과가 어떨 것인지 그려보면 어디를 조준해야 하는지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구질을 인정한다= 확률 플레이의 연장선이다. 드라이버 샷을 일직선으로 보낼 수 있는 골퍼는 매우 드물다. 자신의 드라이버 샷이 10번 중 5·6번 오른쪽으로 휘어진다면 페이드 또는 슬라이스 구질로 봐야 한다. 티잉 구역 오른쪽에 티를 꽂고 페어웨이 왼쪽을 겨냥하면 페어웨이를 벗어날 확률이 확 떨어진다. 반대로 드로나 훅 성향이라면 티잉 구역 왼쪽에 티를 꽂고 페어웨이 오른쪽을 겨냥한다. 이는 페어웨이의 공간을 완벽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쇼트 아이언 샷을 연마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라운드 계획이 잡혔다면 연습장에서 쇼트 아이언 샷 연습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효율적이다. 짧은 클럽은 긴 클럽에 비해 컨트롤 하기가 용이하다. 게다가 티샷의 실수가 없다면 스코어는 웨지나 쇼트아이언 등의 어프로치에서 50% 이상 결정된다고 한다. 쇼트아이언 샷의 열쇠는 왼손 주도로 치는 데에 있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볼을 높이 띄우기 위해 오른손의 감각에 치중하는 것이다. 다운스윙 때 왼손을 끝까지 끌어내리는 느낌으로 치면 볼을 정확히 맞힐 수 있고 거리 조절도 잘 된다. 임팩트 이후까지 감속하지 말고 폴로스루를 길게 한 뒤 완전한 피니시 자세로 마무리한다.
◇중거리 퍼트 거리감을 익힌다= 당장 드라이버 샷 거리를 10야드 늘리기는 어렵지만 그린에서 5타를 절약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라운드 당일 연습 그린에서 5~10m 가량의 중거리 퍼트 거리감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프로처럼 샷 정확도가 높지 않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자주 맞게 되는 거리이며 목표는 홀에 넣는 게 아니라 홀 1m 이내 거리에 붙이는 것이다. 스코어카드에 퍼트 수를 기록해보면 3퍼트로 까먹는 타수에 깜짝 놀랄 것이다. 1m 이내의 짧은 퍼트에서는 어드레스 때부터 볼이 홀 속으로 떨어질 때까지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데에 신경을 쓴다.
◇파3홀은 방어적으로 공략한다= 파3홀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하는 골퍼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수를 쉽게 잃을 수 있고 그 경우 좋지 않은 기분이 남은 홀까지 이어진다. 우선 핀의 위치와 상관 없이 그린 한가운데를 겨냥한다. 그린을 놓치면 1~2타 잃는 것을 넘어 ‘더블파’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린 주변에 아직 잔디가 자라지 않은 곳이 많고 쇼트게임 기량도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골프 근육이 겨울잠에서 깨어날 때까지는 충분히 긴 클럽을 선택하는 것도 똑똑한 전략이다.
◇몸부터 만든다= 봄 골프에서는 건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마음만 앞섰다가 부상을 얻어 후회 속에 한 해를 보낸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평소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근력과 유연성을 회복시켜 두면 인대 손상 등을 막을 수 있다. 라운드나 연습 전 10분이라도 목과 허리, 어깨, 팔꿈치, 손목, 발목 등을 풀어 예열하도록 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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