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등의 변화도 30대에서 비만·당뇨 환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다이어트(체중 감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운동 열풍이 부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식욕 억제제 등 일부 전문의약품의 효과가 입소문이 나며 처방전도 없는 비만약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부작용을 동반하고 호르몬 변화를 유도하는 식욕 억제제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한 후 복용·투약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제대로 된 처방도 없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직구, 개인 거래 등을 통해 구매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며 소비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모습이다.
■“살 뺄 수만 있다면 위험해도 괜찮아…”
지난 27일 인천 삼산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30대 여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인터넷 중고거래사이트에서 ‘펜터민’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판매하고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펜터민은 비만 환자에게 처방되는 식욕 억제제 중 하나로 의존성이나 내성을 유발할 수 있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로 지정돼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중 A씨는 의사에게 처방받은 식욕 억제제를 보관하고 있다가 B씨 등 3명에게 웃돈을 붙여 판매했다. B씨는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른 채 살이 빠진다는 말만 듣고 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에타민’만큼이나 인기가 높은 비만 치료제 ‘삭센다’ 역시 최근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약물 중 하나다. 삭센다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몸에 주사해 식욕을 조절하는 ‘자가 주사제’로 마약류는 아니지만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며 개인 거래는 금지되는 전문의약품이다. 체형 교정이나 다이어트 용도로 판매해서는 안 되며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심한 과체중(BMI 지수 27 이상) 환자, 비만 환자(BMI 30)인 경우에만 처방 가능하다. 하지만 삭센다도 중고거래 사이트나 뷰티·다이어트 카페를 통해 자주 거래되곤 한다.
■의사·병원도 가세한 다이어트약 ‘불법’ 처방
특히 이런 카페에서는 ‘날씬한’ 사람들도 처방받을 수 있는 병원과 비법 등을 공유하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한 카페에서는 “3곳의 병원에서 구매했지만 모두 인바디(체성분 분석기)도 측정하지 않았고 2~3분 면담 만에 동시에 여러 개를 구매할 수 있었다”는 후기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심지어 한 펜만 사려고 했는데 여러 개 사면 할인해 준다고 해서 대량 구매했다”고도 적었다. 의사·병원 등이 불법 처방을 막기보다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홍보를 열심히 하는 몇몇 의원으로 기자가 직접 구매를 문의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 종로의 한 병원은 삭센다 처방을 얘기하자 “진료를 한 번만 받으면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묻지도 않았는데 장기 처방이 가능하다는 식의 답변을 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삭센다가 비교적 안전한 비만 치료제이지만 다량 투약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1회 진료 시 추가로 5펜까지만 처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원들은 많은 여성들이 ‘장기처방’을 원하는 것을 알고 소비자 안전은 등한시한 채 위험수위에 이르는 대량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발진에 식욕대환장 파티까지… 의약품 부작용 주의해야
이토록 쉽게 구할 수 있는 삭센다지만 부작용은 말 그대로 무섭다. 식약처 등에 따르면 삭센다는 오심과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관 장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불면증과 담석증, 췌장염, 담낭염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는 생명에까지 지장을 주는 아나필락시스 쇼크(과민성 충격)까지 발생할 수 있다. 마약류로 지정된 펜터민은 장기 복용할 경우 폐동맥 고혈압, 심장질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중추신경을 자극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때문에 의료계는 비만치료제가 다이어트 약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만 관련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로 여겨야 하며 특히 장기 복용 시 대다수 비만약이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한 현대인의 깊은 관심이 있는 한 이 같은 불법 거래는 근절하기 어려우며 차라리 안전한 치료 약을 개발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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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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