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별장 성폭력·성접대’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관련해 대규모 특별수사단을 출범시켰다. 검찰개혁을 앞두고 명운이 걸린 사건인 만큼 검찰은 필요에 따라 규모를 더 늘리고 김 전 차관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대검찰청은 29일 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을 출범시키고 이날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단장을, 조종태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 차장검사를 맡았다. 강지성 대전지검 부장검사, 최영아 청주지검 부장검사,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등 부장급 검사 3명, 평검사 8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검사가 투입됐다. 이는 지난해 양부남 당시 광주지검장을 필두로 총 9명의 검사가 투입됐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 지난 2015년 문무일 당시 대전지검장을 중심으로 10여명의 검사가 배치됐던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단보다도 큰 규모다. 특히 사건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에 배당돼 윤재필·강해운 부장검사 등 검사 2~3명만 투입됐던 과거 1·2차 수사와 비교하면 깊이가 전혀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내에서 ‘독사’로 불리는 여 지검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등을 거친 검찰 내 대표 ‘특수통’으로 꼽힌다.
수사단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감독 아래 움직인다. 사무실은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다.
매머드급 수사단이 꾸려진 만큼 수사도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과 관련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사건 외에 김 전 차관과 관련된 모든 의혹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사위의 권고는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와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 이중희 당시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일단 초점이 맞춰졌으나 수사 상황에 따라 수사단의 칼날이 성폭행 의혹과 검경의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겨눌 수 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 활동기간이 오는 5월 말까지로 연장된 만큼 추가 수사 권고가 나올 수도 있어 이 경우 수사단 규모를 현재보다 더 늘릴 수도 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당초 특별검사·특임검사 등도 검토됐으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2005~2012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뇌물과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시 성관계 추정 동영상까지 발견됐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김 전 차관을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 역시 이 과정에서 동영상 증거자료를 대거 누락했다는 의혹이 있다. 수사단 입장에서는 14년 전 사건의 공소시효 문제와 옛 청와대 민정라인 수사에 따른 정치적 잡음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성관계 동영상 문제는 당시 법무부 장관에 갓 취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도 관계가 있어 여야 갈등과 검찰개혁 방향 등 수사 결과로 이어질 정치적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검찰이 1·2차에 걸쳐 수사했으나 의혹을 다 불식시키지 못했던 이력이 있다”며 “그러한 점에 유념해서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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