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은 명문가의 자제로 조선 중기 최고의 문필가이자 외교관이었다. 윤택한 삶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쉰이라는 나이에 아예 판을 뒤집어엎는 근본적인 혁명을 추구했다. 오랜 벗이기도 했던 왕 광해군마저 제거하려 계획했다. 그의 목표는 다른 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왕이 없는 세계를 실현해 또 다른 모순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었다. 허균이 그린 이상 사회는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였다.
김탁환의 장편소설 ‘허균, 최후의 19일’은 지난 1999년 초판, 2009년 2판이 출간된 후 10년 만에 민음사의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로 다시 출간됐다.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로는 2017년 ‘리심’이 출간된 후 2년 만이다. 책은 왜란과 호란 이후 혼란스러웠던 조선 중기, 허균이 혁명을 일으킨 뒤 대역죄인이라는 죄목으로 처형을 당하기 전까지 마지막 19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그 19일은 허균이 그린 이상세계에 동조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이를 저지시키려는 이이첨 등 반대 세력의 공세 역시 최대치로 치솟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사회 체제에 대한 고뇌,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한 관심,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향한 갈망을 지닌 독자들을 위해 허균에 대한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각 1만3,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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