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수수 의혹’ 동영상이 담긴 CD를 둘러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진실공방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다음주 초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고발을 검토하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박 후보자가 지난 2013년 3월13일 황 대표를 만난 날의 일정표와 ‘정치자금 지출 내역’상의 오찬 대상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성일종 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박 후보자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보면 그는 당시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신임 법무부 장관과 면담 및 오찬을 갖고 42만3,900원을 결제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여기서 신임 법무부 장관은 황 대표이다. 하지만 박 후보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인 2013년 3월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며 공개한 당일 일정표에는 고엽제총회장 등과 오찬을 한 것으로 돼 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허위 신고로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박 후보자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박 후보자 측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는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관련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라고 답했다.
이날 박 후보자가 공방을 이어가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은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황 대표가 김학의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숨겼으나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김학의 사건을 모른다고 발뺌하는 황 대표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도 CD 입수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등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그만두길 바란다”며 “누가 경찰 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권력이 작용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안현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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