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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선 위해 민족주의에 승부수 던진 모디

지난 27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있는 TV 매장 앞에 한 시민이 저궤도 인공위성 격추 실험에 성공했다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TV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뭄바이=로이터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민족주의 정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파키스탄과의 분쟁을 통해 지지율 상승이라는 과실의 달콤함을 맛본 모디 총리의 민족주의 고취 전략은 오는 4월11일 시작되는 인도 총선 전 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지지율 상승에도 경쟁자인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총재도 선심성 선거용 공약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고 있어 모디 총리가 민족주의를 열기를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안보 이슈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모디 인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최근 인도 과학자들이 미사일 시험에서 운행하는 저궤도 위성을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며 “이는 인도에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는 이날 오전 TV 담화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발표하겠다고 이례적으로 예고하며 인도인들의 관심을 높였다. 이에 인도 주요 방송사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중대 발표가 예상된다며 정규 방송을 끊고 모디 총리의 담화를 중계했다.

이날 모디 총리의 예고 트윗과 정규 방송까지 끊으며 모디 총리의 담화를 중계된 것 모두 총선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에 따라 경제, 복지 등 신규 정책 발표가 금지되자 모디 총리가 안보를 선거 캠페인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이날 담화에는 민족주의 감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도의 숙적인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하는 내용이 곳곳에 담겨 있었다. 블룸버그는 이날 모디의 메시지는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과 파키스탄 등 인도 주변국들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인공위성 격추 실험 성공을 통해 인도 국민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해 표심을 결집시켜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총재/로이터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모디 총리가 민족주의 고취를 위해 인공위성 격추 실험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아직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과의 분쟁으로 승기를 잡긴 했지만 야당 역시 각종 선심성 정책을 들고 나오며 활발하게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디 총재는 지난 25일 전국 2억5,000만명의 빈곤층에 월 1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는 파격적인 총선 공약을 내걸었다. 모디 총리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파격적인 총선 공약을 내건 것으로 보인다.

간디 총재는 이날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인도의 가난을 완전히 쓸어버리겠다”며 이 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간디 총재의 공약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약 5,000가구(2억5,000만명)에 월 6,000루피(약 9만9,000원)를 일괄지급한다.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약 22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정부도 전국 1억2,000만명의 저소득 농민에게 연간 6,000루피의 현금을 해마다 지급하기로 하는 등 오는 4~5월 총선은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 경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INC는 지난해 12월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텃밭’인 차티스가르, 마디아프라데시 등의 주 의회선거에서 완승을 하며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반면 모디 총리의 재선 전망은 경제성장률 둔화와 45년 만에 최대치까지 치솟은 실업률 등이 더해지며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지난 2월말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과의 분쟁이 발생하면서 안보 이슈가 실업 등 다른 총선 어젠다를 모두 지워버렸고, 파키스탄 공습 이후 여당에 대한 지지세가 크게 상승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모디 역시 파키스탄과의 공중전에서 격추된 뒤 억류됐던 전투기 조종사를 총선 홍보 광고판에 세우는 등 경제 침체로 수세에 몰린 상황을 민족주의 고취를 통해 무마시키려 했다.

실제로 이러한 모디 총리의 전략은 선거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현지 언론들은 48년 만에 파키스탄과 공중전까지 벌이며 대응한 모디 총리가 인도 국민들에게는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모디 정부에 대한 순수지지율(반대 제외)은 연초 32%에서 3월 들어 62%로 두 배 가량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간디 총재에 대한 순수 지지율은 지난 1월 23%에서 8%로 크게 감소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전기영화 포스터/영화제작사 트위터 캡처


한 번 잡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모디 총리가 자신의 전기 영화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영화는 카스트 신분제 하위 계급인 ‘간치’(상인) 출신으로 거리에서 차를 팔던 모디가 구자라트 주 총리 등을 거쳐 최고 지도자 자리까지 오른 입지적인 과정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INC는 다음 달 5일 개봉 예정인 모디 총리 전기영화의 개봉을 총선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INC는 영화가 모디 총리의 업적을 미화하는 등 정치적 색채가 짙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선거 기간 광고, 영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정치 캠페인에 엄격한 제한이 가해진다. 관련 캠페인을 추진하려면 선관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INC 측은 “이 영화의 목적은 여당 지지 세력이 선거에서 표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데 있다”며 “5월 19일 이전에는 개봉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야당들과 전직 관료 47명도 공개 편지를 통해 이 영화의 개봉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영화 제작사 측에 예정된 날짜에 영화를 개봉하려면 이 영화가 정치 캠페인성 작품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라는 점을 설명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 영화는 차기 총선 승리를 노리는 모디 총리를 홍보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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