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벨트로 허리둘레 등을 측정해 얻는 건강정보도 모이면 헬스케어 빅데이터가 되지요. 국내에서도 웨어러블 기기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상품 시장이 열릴 것입니다.”
스마트벨트 기업 웰트의 공동창업자인 노혜강(31·사진) 이사(CFO)는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한 보험상품의 판매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최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스마트벨트를 이용한 보험상품을 국내의 대형 생명보험사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과 관련한 측정값이 정밀해질수록 훨씬 정교한 보험상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벨트 ‘웰트’의 겉모습은 보통 허리띠와 같다. 다만 버클 부분에 센서를 내장해 허리둘레, 운동량, 앉아 있는 시간 등을 30분마다 측정한다. 가령 과식하거나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벨트가 스마트폰으로 경고를 보낸다. 전용 앱으로 맞춤형 비만 관리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는 “최근 1년 반 동안 신체나 걸음 수 등 축적된 측정 데이터가 900만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벨트처럼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보험상품 시장이 미국 등에서는 활성화됐지만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보험사들이 3만원 이상의 고가 웨어러블 기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근 금융당국이 허용하면서 헬스케어 시장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 이사는 “벨트로 측정하는 기기는 웰트가 유일하다”며 “대사증후군 치료에 활용되는 허리둘레, 활동량, 식이 습관 등 기본 데이터를 모으는 데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벨트는 원래 노 이사와 공동창업자인 강성지(33) 대표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머리를 맞대 만들어낸 아이디어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 채택돼 측정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사내벤처 분사(스핀오프)로 지난 2016년 회사를 나와 웰트를 창업했다. 두 사람의 창업도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노 이사는 의사 출신으로 서울대 보건대학원생이던 강 대표와 함께 2012년 운동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웰트도 2017년 첫 출시 때 쉽지 않았다. 선주문량이 예상 수량의 10%에 그쳤다. 노 이사는 “벨트는 패션 상품인데 기능만 강조했을 뿐 브랜드·디자인 등 소비자의 기호를 무시한 것이 패인”이라고 설명했다. 웰트는 패션 기업과의 협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국내 판매가가 14만원 선인 웰트는 30~40대 남성이 주 타깃이다. 여성 사용자는 5%에 불과하지만 남성에게 선물하는 비중은 높다. 벨트 착용률이 더 높은 해외시장이 매출의 80%에 달한다.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패션 브랜드 ‘S T 듀퐁’과 손잡고 연내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보통 웨어러블 기기는 지속적인 사용 습관을 들이기 어려워 우선 벨트 사용 동기를 불러일으키도록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낙상이나 발작 등을 감지하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며 “벨트를 활용한 헬스케어 빅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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