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한 토지에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여러 시공사로부터 견적을 받았는데 업체별 금액이 크게 차이 나는 것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일반적으로 건축한다고 하면 다들 시공사가 견적을 산정하고 이 중에서 최저가 업체와 계약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100% 맞는 방법이 아니다. 시공업체가 견적을 틀리게 뽑았을 수도 있고, 이렇게 산정한 견적으로 바로 계약을 하면 누락된 항목이나 잘못 산출된 물량으로 인해서 공사 집행 시 견적 금액과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보통은 사전 고지가 충분하지 않았다면 건축주와 시공사 간 얼굴 붉힐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는 몇 가지 원인을 설명하겠다.
첫째, 건축설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설계 단계에서 적산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이다. 설계에는 건축, 전기, 설비 등의 설계 도면이 포함되지만 추가로 반드시 적산을 거쳐야 한다. 적산 물량을 뽑아서 건축자재 등이 도대체 얼마가 들어가는지를 도면을 근거로 정확하게 산출을 해야 한다. 정확한 적산 물량이 산정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시공사들이 정확하게 물량에 근거해 견적 내기가 어렵다.
두 번째, 건축주가 시공사에 견적을 무료로 요청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통계적으로 이 정도 건물을 지으면 평당 얼마나 소요가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곤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은 경험에 의한 견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건마다 공사비는 달라진다. 그런데 무료 견적을 요청하는 의뢰자 대부분은 평당 공사비 개념으로 견적을 쉽게 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사견적은 자재나 노무비가 계속 변동하고 물량도 정확한 도면을 근거로 뽑아야 하므로 무료 견적은 쉽지는 않은 일이다. 시공사에서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공짜 견적은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시공사는 ‘본래’ 견적을 정확히 낼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구입된 자재 및 장비를 사용하여 공사를 수행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업체이다. 따라서 시공사 입장에서 견적만 내달라고 한다면 역시 대략적으로 금액을 산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확한 견적이 궁금하다면 정확하게 만들어진 도면(허가도면 외)을 가지고 적산 업체에 비용을 지급하고 금액을 산정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허가도면을 가지고 견적을 내는 경우다. 허가도면은 일반적으로 공사용 도면의 3분의 2 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도면이다. 따라서 누락된 항목이 많다. 이런 도면으로 공사견적을 산정하면 과연 정확한 견적이 나올 수 없다. 당연히 누락된 항목과 잘못 산정된 물량을 기준으로 손익 계산에 있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위처럼 여러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보면 견적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항상 공사에서 정확한 견적 산정은 성공적인 건축 사업의 첫 단추이므로 100% 완성된 공사용 도면, 적산 업체에서 뽑은 물량으로 시공 계약을 전제로 시공사에서 견적을 받아야만 정확한 견적이 만들어진다. 무료 견적을 여러 번보다 정확한 견적을 한번이 경제적, 시간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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