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25년 만에 앙카라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AKP가 광역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수도 앙카라 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준 것은 경제를 무너뜨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터키 국영방송 TRT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99.81% 개표 기준으로 AKP가 44.32%, ‘민족주의행동당(MHP)’이 7.31%를 득표해 여당연합이 이번 선거에서 총 51.6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30.10%, CHP와 연대한 ‘좋은 당(IYI)’은 7.45%를 각각 기록했다.
81개 주에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연합은 30개 광역시장 가운데 16곳에서 승리하고 지난해 대선 때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52.5%)과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 16년 만에 주요 선거에서 첫 실패를 맛봤다면서 부정적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집권 여당이 25년 만에 앙카라 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며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앙카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25년 전 시장에 당선돼 정계에 본격 입문했던 상징적 도시이기도 하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경제·문화 중심지 이스탄불에서도 개표 99.75% 기준 CHP 후보가 AKP 후보에 0.2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9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이 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입법·행정·사법부를 장악한다는 내용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내용을 담은 개헌에 성공한 뒤 지난해 재선되며 30년 이상 장기집권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터키 경제가 2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이고 물가가 연간 24%나 치솟는 등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부에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앙카라에서 야당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이날 달러 대비 터키리라화 가치는 아시아 시장에서 1.5%나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터키 외화보유액 감소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3월31일 밤10시께 TV 연설에서 이번 결과를 의식한 듯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내일 아침부터 우리의 결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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