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크고 작은 전쟁의 연속이다. 출근, 직장에서의 업무, 매 순간 평가받는다. 일뿐만 아니라 관계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설득시키고 움직이려는 전투장에서 우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권총 문양의 시그니처로도 유명한 포레르빠쥬는 ‘일상은 전투’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디자인을 넘어 스토리를 소비하는 시대, 포레르빠쥬는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30~4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라이징 스타’로 자리잡고 있다. 포레르빠쥬는 스토리를 가미한 감각적인 스타일로 향후 여성 핸드백의 고착화된 명품 브랜드 선호 구도에도 변화를 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갤러리아백화점의 샤넬 맞은 편에 자리한 위치 역시 이 자신감을 보여준다.
칼 등에 각인됐던 비늘 문양 패턴 ‘에카이유’
‘권총’ 브랜드 상징에 3040 ‘라이징 스타’ 부상
갤러리아百에 세계 8번째 매장, 희소성 추구도
◇ 프랑스혁명과 함께한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가장 오래된 명품 =‘포레르빠쥬’는 18세기 헤리티지 무기상으로 시작한 가문의 이름이다. 올해로 300년을 맞았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여타 유명 명품들의 역사가 200년 남짓이면 이 보다 100년 이상 오래된 명품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역사를 포레르빠쥬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포르레빠쥬’는 1717년 프랑스 황실 및 귀족들에게 총과 갑옷, 검 같은 최고급 무기와 가죽 케이스를 납품하는 공방에서 시작하여 황실이 수여한 무기 제작 특허를 다섯 번이나 획득, 명성을 얻었다. 루이 16세의 사냥 총과 도금한 은으로 만든 나폴레옹의 기병 역시 포레르빠쥬 가문의 작문이다. 포레르빠쥬가 이에 머물렀다면 포레르빠쥬는 그저 세공능력이 뛰어난 무기제작상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1789년과 1830년 프랑스 혁명 당시, 포르레빠쥬는 대범하게 자유를 갈망하는 혁명군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면서, 프랑스 역사연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발자크, 뒤마, 샤토브리앙, 푸시킨과 같은 당대 최고의 작가들은 자신들의 소설 속에서 포레르빠쥬를 언급하며 찬양했다. 제왕가 왕세자를 위한 무기제작 가문에서 프랑스인이 사랑하는 가문으로 이름을 남긴 순간이다.
이후 포레르빠쥬의 장인들이 제작한 무기와 가죽케이스는 단순한 전쟁이나 사냥이 아닌 국가 중요 행사에 사용되거나 귀족들의 선물로 통용됐다. ‘포레르빠쥬’ 무기류는 파리 앵발리드의 군사 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런던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일상이 전투가 된 시대, 매혹을 위한 무기 = 7대에 걸쳐 300년간 계승된 포레르빠쥬는 격동의 시기를 거쳐, 스토리텔링으로 재탄생했다. 프랑스혁명 속에 뛰어들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무기가 이제는 일상의 크고 작은 전쟁에 집중하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무기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매혹을 위한 무장(Armed for Seduction)’이 포레르빠쥬의 브랜드의 철학이다. 포레르빠쥬 제품 속에 녹아든 ‘에카이유’ 패턴은 비늘을 연상시키는데 이는 실제 갑옷의 패턴에서 따왔다. 포레르빠쥬‘를 상징하는 패턴은 프랑스 황실과 귀족에게 납품하던 갑옷, 칼, 총기 등에 각인되어 있던 비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에카이유(Ecaille·Fish Scale, 비늘)‘ 문양이다.
‘독특한 고유 패턴인 ’에카이유‘는 ’포레르빠쥬‘만의 특허 디자인으로, 19세기 프랑스 리옹에서 사냥용품 제작을 위해 발명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방수된 코튼 캔버스 위에 프린팅 된다. 이후 ’에카이유‘가 새겨진 캔버스는 왁싱, 그레이닝 등 총 7단계를 거쳐 최종 제품이 완성된다.
포르레빠쥬는 권총, 투구 등 무기를 상징하는 브랜드의 상징을 현대인에겐 일상의 전쟁을 치루기 위한 패션무기라는 상상력으로 승화시켰다. 사냥터나 전쟁터에서 무기를 사용할 때는 필연적으로 탄약이나 비상식량, 사냥감, 부츠 또는 기타 개인 소지품을 담을 가방을 제작하면서 포레르빠쥬의 가족 세공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포레르빠쥬의 가죽공예는 현재에 들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무기’, ‘타인을 매혹하기 위한 무기’라는 스토리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가죽제품에서 위트도 놓치지 않았다. 칼리버(총포의 구경)백은 디자인 자체에도 무기와 관련된 요소인 탄피, 방아쇠 잠금 장치 등을 가미해, ‘일상 속 전투’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 밖에도 ‘포레르빠쥬’는 단순한 알파벳 이니셜을 넘어서 숫자, 메달, 테슬 등 다양한 키트를 활용하여 수백가지의 조합으로 개인의 취향 및 희소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퍼스널리제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기존의 이니셜 각인 서비스를 넘어서 ‘나만의 명품’을 갖고 싶은 고객들의 다양한 개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도한 명품, 세계 8번째 매장 韓 = ‘포레르빠쥬’의 매장 정책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희소성을 추구한다. 실제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에 7개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아명품관에 오픈한 ‘포레르빠쥬’ 1호점은 전세계에서 8번째 매장이다. 갤러리아는 ‘포레르빠쥬’를 유치하기 위해 3년 동안 프랑스를 수십 차례 오가며 공을 들였다. 유수의 국내 유명 패션회사들과의 경합 끝에 국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포레르빠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귀스탕 드 뷔페벙’은 “역동적인 세계 도시 중 한 곳인 서울에서 포레르빠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며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여러 후보 군을 고심한 끝에 한국 최초이자 최고의 명품백화점 채널을 갖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와 파트너를 맺게 됐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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