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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엄마여서 더 아팠던 세월호, 희망 전하려 용기 냈죠"

세월호 사고로 아들 잃은 순남役

아이 키우다보니 슬픔·고통 공감

사는 것에 대한 감사함 일깨워주고

남은 가족 위로 하고파 출연 결심

배우 전도연




“영화 ‘생일’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일깨워주는 작품이에요.”

오는 3일 개봉하는 영화 ‘생일’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전도연(46·사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비록 고통과 아픔이 따를지라도 살아남은 사람은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긍정의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사고로 아들 수호를 잃은 순남(전도연 분)과 정일(설경구 분)은 감당하기 힘든 슬픔 속에서 이혼을 생각할 만큼 사이가 벌어졌다. 수호의 여동생인 예솔(김보민 분)도 오빠를 떠나보내고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상처를 가슴에 새겼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고통에 힘겨워하던 가족들은 이웃들과 함께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차츰차츰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

전도연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이고 배우로서 부담스럽기도 해서 처음에는 작품 제안을 고사했던 게 사실”이라며 “만약 ‘생일’이 슬픔과 고통만을 응시하고 끝났다면 이 영화를 선택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느꼈던 따스한 온기를 되새기면서 ‘그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배우 전도연




전도연은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이창동 감독과 함께 작업했던 ‘밀양(2007년)’을 많이 떠올렸다고 한다. ‘밀양’에서 전도연은 유괴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뒤 절망의 나락에서 종교를 통해 구원을 얻고자 몸부림치는 인물을 연기했다. 뜻밖에 전도연은 “영화의 출발점이나 인물이 처한 상황은 비슷하지만 배우로서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7년 당시에는 아이의 엄마가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대사를 하고 감정 표현을 해도 모두 가짜 같기만 하고 성에 차지 않았다”며 “그때는 영화 속 인물에 깊이 몰입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생일’을 찍으면서는 오히려 차분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인물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전도연은 “이제는 엄마가 됐으니 아이를 잃은 슬픔을 십분, 백분 공감할 수 있었다”며 “이번 영화를 촬영할 때는 배우의 감정이 순남의 마음을 앞질러 표현하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이 경계하면서 연기했다”고 털어놓았다. ‘밀양’ 때와는 달리 한발 물러선 채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내맡기듯 작업에 임했다는 것이다.

촬영이 끝난 지 벌써 8개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배우는 작품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질문에 답을 할 때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한 뒤에 신중히 말을 시작했고 ‘희망’과 ‘온기’를 이야기하는 순간조차 그의 눈에는 슬픔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듯 촉촉한 물기가 서렸다. 전도연은 “예전에는 촬영 기간에 동료 배우, 스태프와 함께 술 한잔 하면서 작품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는데 요즘은 혼자 집에 가만히 있는 게 편안하고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이번 작품의 분위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쉼 없이 달려온 전도연은 어떤 미래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까. 그는 “한때 액션이나 누아르 같은 남성영화 편중이 심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들이 많이 기획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직접 출연한 영화에 1,000만의 관객이 든다고 해서 갑자기 배우 전도연의 본질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며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높이는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꿈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NEW

배우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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