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염증성 장(腸)질환자는 이 질환이 없는 같은 또래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1.6~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은애(서울대병원)·천재영(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경도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박사팀이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2010∼2014년 20세 이상 염증성 장질환자 8,070명과 일반인 4만350명을 대상으로 평균 5.1년간 당뇨병 약을 신규로 처방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추적관찰한 결과다. 두 그룹의 평균 연령은 각각 45세였으며 남자가 67%를 차지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등으로 장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생긴다. 심한 경우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설사 때문에 30분~1시간마다 화장실에 가기도 한다. 크론병도 심한 경우 하루 5~10회 화장실에 가지만 쥐어짜듯 아픈 복통이 더 큰 문제다. 염증성 장질환자는 장에서 영양분 소화흡수가 원활하지 않고 설사와 복통이 반복되기 때문에 식욕·체중이 줄어 마른 체형이 되기 쉽다. 특히 크론병은 수술이 잦은 편이고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 다만 나이가 들어 신진대사가 떨어질수록 과도한 면역반응은 수그러드는 경향이 있다.
1일 연구팀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도는 일반인의 1.135배(크론병 1.68배, 궤양성 대장염 1.06배)였다. 연령·성별·체질량지수(BMI)·혈당치와 흡연·음주·운동·스테로이드 사용 여부 등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조정한 수치다.
조사대상 염증성 장질환자의 21.5%를 차지한 크론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1.68배 높았다. 40세 이상 연령층에선 그 격차가 1.56배로 줄었지만 39세 이하에선 2.4배로 크게 벌어졌다.
조사대상 염증성 장질환자의 78.5%를 차지한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40세 이상에서 일반인의 1.02배, 전체 연령층에서 1.06배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39세 이하에선 그 격차가 1.59배나 됐다.
40세 이상 염증성 장질환자의 당뇨병 위험이 일반인과 차이가 나지 않거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일반인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자의 당뇨병 발생률과 발생위험을 평가한 첫 역학 연구결과 40대 미만 젊은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혈당을 높이는) 스테로이드 약을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당뇨병 위험이 높은 만큼 혈당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당뇨병 예방·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 특히 크론병이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결과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 미생물의 교란·불균형, 전신성 염증반응을 초래해 만성 염증과 혈당(혈액 속 포도당) 대사장애, 즉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준다. 염증성 장질환자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 파괴·사멸(1형 당뇨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TPN2 유전자 돌연변이, 장내 세균 불균형과 관련이 있는 담즙산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크론병·2형 당뇨병)가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내장지방이 쌓여 복부비만이 심해질수록 혈당을 세포 속으로 넣어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하는 인슐린의 기능, 즉 혈당조절 능력이 전방위적으로 떨어진다. ‘인슐린 저항성 증가’ ‘인슐린 감수성 감소’라고 하는데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킨다. 인슐린 저항성은 ▷유전적 요인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 증가와 교통수단 발달에 따른 운동부족, 과도한 칼로리 섭취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비만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간에서 포도당 생성이 조절되지 않고, 근육에서 포도당 이용이 촉진되지 못해 혈중 혈당 수치가 높아지고 다양한 대사적 문제가 생겨난다.
이번 연구결과는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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