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민단체 대표 80명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청와대는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도 초청했다”며 “문 대통령 취임 후 보수 시민단체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테이블 배석자를 보면 보수 측에서는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 최금숙 여성단체협의회 대표 등만 있었다. 이에 반해 진보 측에서는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김호철 민변 회장, 신철영 경실련 공동대표, 백미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가 참석했다. 80명의 참석자 명단을 봐도 보수 단체는 환경과 사람들·나라살리는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 등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대표적 보수 성향 시민단체로 평가받는 바른사회시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로부터 초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측 관계자 역시 초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보수 성향이라는 범사련도 보수를 대표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정책 유지의 뜻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소주성을 성공하고 있느냐면 선을 긋듯이 말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며 “대체로 고용된 노동자의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성과로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상당히 둔화한 것이 사실이고 비근로자 가구의 소득이 낮아져 오히려 소득 양극화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소주성의 부작용을 상세하게 언급하고 일부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성과는 계속해 나가면서 노동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사회안전망까지 제대로 구축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기조 유지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갑산 대표가 보수단체로서 이번 간담회 참석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송구한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보수나 진보 등 이념은 필요 없는 시대가 됐다. 오로지 국가 발전을 위한 실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수 성향을 대표하는 단체를 초청하고 이런 언급이 나왔으면 더 빛을 받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의 주역이었던 시민사회는 국정의 동반자이자 참여자”라며 “지금처럼 매서운 감시자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동료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참석자들의 발언도 진보 색채가 강했다. 보수층에서 제기하는 한미동맹 이상설, 경제 악화 등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 재벌개혁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소주성 강화를 요청했다. 김 민변 회장은 “대통령이
중심에 서서 범국가적인 사법개혁 추진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권력기관 개혁도 대통령이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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