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지정 평가보고서 제출을 거부한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재지정 평가 거부에 대해 용인하지 않겠다면서도 시정명령은 즉각 취하지 않아 법을 어긴 자사고들에 퇴로를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고들의 5년 주기 재지정 평가 거부에 대해 용인하지 않겠다”며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위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의 자사고는 22개이며 이 중 13개교가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까지 재지정 평가를 위한 운영성과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으나 13개교 모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5일 오후5시까지 제출 기한을 연장한 상황이다.
문제는 재지정 평가를 거부한 자사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대응이 미봉책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자사고들이 보고서 제출을 거부한 것만으로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시정명령 등 원칙대응을 할 수 있는데 이를 피해 자사고들에 퇴로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지난달 29일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만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해당 자사고들에 한 번 더 기회를 준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5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보고서 없이 자체 조사를 거쳐 재지정 평가를 할 방침이다.
교육청의 어정쩡한 대응에 자사고들은 현행 평가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날 서울 자율형사립고 교장연합회는 재지정 평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철경 연합회장은 “평가 진행 절차와 회의록을 공개하고 자사고가 추천한 전문교수를 평가위원에 넣어달라는 등의 요구를 교육청에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소통을 좋아하는 교육청이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사고를 겁박만 하고 있는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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