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로 맞붙는 매치플레이에서는 상대와의 기 싸움이 기량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장타를 앞세운 ‘닥공(닥치고 공격)’ 스타일에 유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156위(286.8야드)인 교타자 케빈 키스너(35·미국)가 새로운 ‘매치 킹’에 오르며 ‘짠물 골프’의 위력을 입증했다.
키스너는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G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총상금 1,025만달러) 결승에서 맷 쿠처(41·미국)를 3홀 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세계 랭킹 64강이 격돌한 이번 대회에 50위 자격으로 출전한 키스너는 우승상금 174만5,000달러(약 19억8,400만원)를 받는 ‘잭팟’을 터뜨렸다. 2017년 딘앤드델루카 인비테이셔널 제패 이후 2년 만에 거둔 미국 PGA 투어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키스너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언 폴터(잉글랜드)에게 패해 출발은 좋지 않았으나 이후 조별리그 2경기와 토너먼트인 16강부터 결승까지 6개 매치에서 연승을 거둔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약점을 찾기 어려운 플레이가 토니 피나우(미국), 리하오퉁(중국),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등을 꺾은 원동력이었다. 키스너는 지난해에도 이 대회 결승에서 버바 왓슨(미국)에게 패해 준우승하며 매치플레이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결승전에서도 키스너는 침착했다. 1번홀(파4)을 4m가량의 버디로 기선을 잡은 키스너는 5번홀에서 단 한 차례 동률을 허용했을 뿐 꾸준히 리드를 유지했다. 이번 시즌 2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쿠처이지만 키스너의 빈틈없는 경기에 힘을 쓰지 못했다. 쿠처는 1홀 차로 뒤지던 11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 앞 물에 빠뜨리며 사실상 패배를 예감해야 했다. 쿠처 역시 준결승에서 루카스 비예레가르(덴마크)의 신예 돌풍을 잠재우는 등 대회 내내 꾸준한 경기를 펼쳤지만 키스너를 넘지 못했다.
비예레가르는 전날 8강전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던 선수다. 이날 함께 열린 3위 결정전에서는 프란세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비예레가르를 4홀 차로 완파했다.
키스너는 “결승에 올랐다고 들뜨지 않았다. 평온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고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세계 25위로 상승한 그는 오는 12월 열리는 매치플레이 방식의 미국과 세계연합팀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 미국팀 대표로 발탁될 가능성을 높였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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