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이창엽에게선 건강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유준상 배우의 건강함을 본받고 싶다는 이창엽은 “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를 통해 결핍 돼 있던 걸 채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풍상이네 5남매 중 막내인 이외상으로 열연한 이창엽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이창엽은 최고시청률 22.7%(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을 기록한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로서 인기를 실감 중이었다. 무엇보다 “하나부터 열까지 고민 투성이라 고마웠던 작품”이란다.
“인생에 전환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배우 인생의 전환점 뿐 아니라 이창엽이란 인간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끼쳤거든요. 제가 만났던 수 많은 선배님, 선생님, 감독님, 작가님에게 받았던 에너지와 자세, 태도들이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안겼어요. 제가 아직 갖지 못했던 걸 찾았다고 할까요. 그동안 저에게 결핍 돼 있던 걸 채울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왜그래 풍상씨’는 이창엽의 배우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풍상씨(유준상 분)의 등골 브레이커 NO.5 이외상은 카센터에서 일을 하고 대리운전을 하며 한창 방황 중인 막냇동생으로 꿈이 좌절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집안의 아웃사이더다. 풍상씨(유준상 분)네 가족의 막냇동생이자 배다른 동생으로 등장하는 이외상은 형, 누나와 달리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인물이다. 그 속에서 외상이란 인물의 눈빛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신경 썼다.
“감독님도 눈빛을 강조하셨어요. 이외상은 과거의 아픈 일들을 대부분 타인의 말로 알아채고 아파하잖아요. 겉보기에는 부성애에 대한 결핍이 있는 인물 같지만 사실 모성애의 결핍이 굉장히 있는 인물이거든요. 자격지심과 결핍의 결정체는 엄마죠. 그래서 애정 결핍에 초점을 맞췄어요. 가족과 있는 외상, 영필과 있는 외상이 미묘하게 달라요. 영필이를 통해 모성애에 대한 결핍을 채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지점들이 시청자들에게 잘 보여지길 바랐어요.”
풍상씨의 아픈 손가락인 이창엽은 이외상 그 자체였다. 실제 큰 형 같은 유준상과의 연기호흡으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유준상 선배님과 감정적인 교류가 많았는데, 삶에 대해, 또 연기에 대해 많이 상담을 했다. 매 시간을 알차게 쓰는 유준상의 시간관리법도 그에겐 너무나도 대단해 보였단다.
드라마 ‘상속자들’, ‘Miss 맘마미아’, ‘‘연쇄쇼핑가족’ ‘별별며느리’, ‘ 20세기 소년소녀’외에도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 ‘잃어버린 얼굴 1895’, 연극 ‘배헤모스’, ‘나쁜자석’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이창엽은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배우가 된 케이스이다. 학창시절 카이스트에서 영재 교육을 받은 그는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대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꿈을 꾼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최근엔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과정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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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난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꾼 건 운명이었다. 청소년극단에 몰래 들어갔다가 부모님에게 걸려서 혼도 많이 났다. 20대 시절 배우 초반엔 ‘재능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집에 가서 매일 매일 우는 날이 이어질 정도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연기‘는 절대 포기 할 수 없었다. ’연기‘ 하는 순간이 즐거웠고,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란 점 역시 끌렸다.
“전 무대 공포증도 심하고, 카메라 울렁증도 심해요. 사람들이 나를 중심에 세우는 걸 안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배우로서 연기하는 순간들, 즉 내가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순간이 아니라면, 카메라 앞에 서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설 수 있어요. 무엇보다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래서 어린시절부터 봉사활동을 많이 했어요. 이젠 배우 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해요. 요즘 들어선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굉장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해요.”
인간 이창엽의 최종 꿈은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 좋은 배우로 성장해서, 좋은 가정의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특별한 꿈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꼭 결혼을 하고 싶어요. 가정을 꾸리는 게 삶의 또 다른 행복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행복을 경험해보고 싶어요. 제 연기에도 분명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해요. 오래오래 연기하고, 오래오래 팬들과 만나기 위해 몸도 마음도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데 어떤 일을 도전하든 죽을 때까지 배우 일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유학도 가고 싶어요. 영어가 준비가 되면 할리우드 오디션도 보고 싶어요. 늘 도전하는 삶을 꿈 꿔요. 하하”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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