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3월 수출은 마이너스다. 품목이나 지역 등 수출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얘기다. 그나마 무역수지가 52억2,000만달러 흑자로 86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한 게 위안거리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감소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줄어드는 수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수입이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일반기계다. 일반기계 수입물량지수가 1년 전보다 37.5% 낮아져 1998년 12월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컸다. 석탄과 석유제품 수입도 대폭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3월에도 이어져 반도체제조용 장비 수입은 무려 70.3%나 줄었고 컴퓨터 처리장치도 54.8% 감소했다. 설비투자 부진에다 스마트폰 등의 수요감소 탓이다. 그만큼 국내외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값 하락 지속, 글로벌 경기둔화 가속화 등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1일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반도체 전문가들이 본 업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가격의 소폭상승·보합을 예상한 응답은 15%에 그친 반면 절대다수인 85%가 하락한다고 봤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밝히는 등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우려스럽다. 지금은 무역수지 흑자 행진의 이면에 숨겨진 녹록지 않은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에 대비할 때다. 그 길은 먼 데 있지 않다. 한계가 분명한 재정확대보다는 규제혁파 등을 통해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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