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 단체에 김일성 장학금을 가상화폐로 추가 입금했다’는 가짜뉴스도 ‘장난’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전국 대학가에 김정은 서신을 표방한 정부 비판 대자보가 붙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자보를 붙였다”고 주장하는 단체 ‘전대협’이 정부를 비판하는 글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부경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 대자보 2장이 부착됐다. 대자보는 김 위원장의 서신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탈원전·대북 정책 등을 비판하고 있으며 ‘전대협’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작성돼 있다. 해당 단체는 1987년 결성됐다가 해체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약칭인 ‘전대협’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해당 단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우파단체다.
앞서 전대협은 지난해부터 북한식 용어를 사용해 ‘아슬아슬한’ 풍자 문구를 작성해왔다. 전대협은 지난 2월부터 “촛불로 흥 한자 촛불로 망한다!”, “촛불 정권은 촛불의 명령에 복종하라!” 등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게재하며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촛불집회’를 홍보하기도 했다. 또 전대협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위대한 촛불 민주시민의 주체적 혁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우리 전대협 혁명전사들이 촛불 혁명 시민운동본부의 지시를 받아 서울 내 1,000곳의 버스정류장·지하철·인구밀집지역에 포스터를 부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대협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촛불은 위대한 주권자 국민의 명령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질서있는 시민혁명이라고 하셨다”며 “이 뜻을 이어받아 아직 끝나지 않은 대한민국의 적폐를 청산하고 불태워버리고자 한다”며 반어법을 사용해 문재인 대통령을 강력 비난했다. 1일 새벽에는 “청와대는 이미 끝났다”며 “대학을 벗어나 대법원과 국회의사당에도 우리의 대자보로 뒤덮었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대협’ 페이지의 게시글이 풍자의 선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전대협은 지난달 31일 ‘[속보] 최고 사령관 동지께서 김일성장학금을 가상화폐로 추가 입금해주셨습니다.’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어 운영자는 ‘이것으로 대자보 2만 장을 더 인쇄해 전국을 대자보로 덮고 남조선을 적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투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대협은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진범이 문재인 대통령이라 주장하는 영상의 페이지 주소를 가져와 “이 적폐 유튜브가 우리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며 “어떤 배신자가 우리의 정보를 넘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색출해 처형할 것”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해당 글에서 전대협은 “어떻게 만든 세월호인데…”라며 세월호 사건의 진범이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기정사실로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달 3일에는 “우리 최고사령관 동지로부터 남조선의 450개 모든 대학에 대자보를 붙이라는 지령을 받았습니다. 한 달 내로 실행하겠습니다.”라는 게시글을 남겼다. 전국 대학가에 나붙은 대자보는 해당 게시물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전대협은 앞서 1일 새벽 페이스북에 서울대·연세대·중앙대·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 대자보를 붙인 후 ‘인증샷’을 찍어 올렸다. 해당 대자보는 몇몇 대학교에선 이미 철거된 상태다. 또 ‘전대협’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언론들이 자신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정리하고 실시간으로 보도내용을 업데이트하는 등 자신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대협 페이지의 가파른 성장률과 대중의 반응도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전대협’ 페이스북 페이지는 지난해 12월 개설됐지만 올해 3월 중순부터 대자보 부착 관련 게시글을 올리며 본격적으로 페이지 활성화에 나섰다. 단기간에 팔로워 수는 훌쩍 늘어 1일 현재 기준 페이지의 2,200명에 이른다. 또 댓글에는 ‘전대협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 보니 적화통일 3년 안에 완수될 것 같슴다’, ‘동무 고거 거 류투브란게 그 미제꺼 아닙니까. 동무 고그 남조선대변이니 싫어하는거 하믄 되게씁니께’, ‘교도소를 더 짓던지 강제북송법이 제정되야 되겠습니다. 아니면 즉결사살법을 제정하여 합법적으로 정은이 대변인들을 척살해야 될 듯합니다. 멸공’ 등 풍자의 선을 넘나드는 댓글이 상당했다.
한편 전대협은 1일 포스터 1만 장을 모두 붙였으며 대학을 벗어나 대법원과 국회의사당에도 붙였다고 전했다. 또 오는 6일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촛불 혁명을 예고하고 “집회 이후 ‘전대협 TV’를 개설할 것”이라고 발표해 이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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