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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석 칼럼] 인구 고령화와 주택가격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고령자 편의성 높은 도시 선호 때문

도심일수록 주택가격 상승률 더 높아

주택공급 늘리는 것만이 능사 아냐

지역 균형개발 통해 인프라 확충부터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비율은 오는 2051년께에 40%를 초과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번 추계에서는 그 시점이 2058년으로 전망됐으나 저출산 추세 등이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불과 수년 사이에 전망이 수정됐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 추세는 우리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주택시장에 대한 파급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주거서비스에 대한 개인의 수요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작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전체 인구에서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제 전체적으로 주거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며 그 결과 다른 조건들이 일정하다면 임대료 및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주택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소위 ‘자산폭락 가설’도 바로 이러한 논리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국내외 자료들을 살펴보면 고령화가 주택가격을 낮춘다는 증거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인구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통상적인 예상과 달리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매우 다양하며 고령화는 그 요인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택가격은 이자율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자율은 다시 인구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제 전체적으로 자본은 많아지는 반면 노동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져 자본의 수익성, 즉 이자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가 주거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낮추는 동시에 이자율도 낮추는 작용을 한다면 두 가지 효과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라 주택가격은 상승할 수도 하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고령화가 이자율에 미치는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한다면 단순히 주거서비스에 대한 수요만을 고려할 때보다 주택가격의 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주택가격의 전반적인 하락보다는 지역 간 격차의 확대라는 면에서 더욱 뚜렷이 관찰된다. 시골보다는 대도시일수록, 도시 외곽보다는 도심일수록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화한다. 그 이유로 고령 인구일수록 생활 편의성이 높은 도시를 더 선호한다거나 인구 규모가 임계치 이하인 지역에서는 각종 인프라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등의 설명이 가능하다. 주택가격의 지역 간 격차 확대는 자산 분배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국토의 효율적 사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흔히들 지역별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정책이 지역별 맞춤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주택수요가 높은 대도시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 당장은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강화해 여타 지역의 주택시장을 침체시키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2011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도시들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더 많이 건설해도 교통량이 정확히 비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주택시장에서 신규 주택의 공급이 새로운 인프라나 일자리의 제공을 수반함으로써 ‘유발수요’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면 대도시의 주택공급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대도시보다 여타 지역의 주택가격을 더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구가 감소하는 시골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요구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주택가격의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균형개발을 통해 지방의 인프라와 고용기회를 제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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