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두 사진을 보자. 똑같이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인 ‘레깅스’를 대표 제품으로 앞세운 스포츠 의류 광고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왼쪽의 사진의 모델은 엉덩이를 내밀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반면 오른쪽의 사진에선 다양한 인종과 신체의 여성들이 자유롭게 웃고 떠들고 있다.한 트위터 계정은 두 사진을 보고 “여성을 인형으로 보는 브랜드와 사람으로 보는 브랜드의 차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왼쪽의 몸매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욱 현실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선 오른쪽 같은 몸을 갖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트위터리안은 “여성에게 씌우는 코르셋이 강한 사회에서 (오른쪽 사진 같이) 다양한 몸이 나올 리가 있겠냐”며 “왼쪽 사진이 (우리나라 여성에게) 더 현실적이라고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코르셋을 쪼여 모두가 얇은 팔다리의 마른 몸이 많다는 소리로 들린다”고 반박했다.
왼쪽의 광고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 ‘안다르’의 이미지다. 안다르는 짧은 시간 동안 급성장을 했다고 평가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몸매를 예쁘게 만들어 주는 보정템’을 내세워 20~3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엔 해당 레깅스를 입으며 군살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증’ 영상이 돌았고, 직접 방문한 사이트에서도 제품을 입었을 때 군살을 얼마나 잡아주는 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많았다. 비슷한 국내 브랜드로 꼽히는 ‘젝시믹스’도 ‘섹시’와 ‘보정’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은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가장 높이 평가하곤 했다.
반면 해외 스포츠 브랜드는 ‘섹시’와 ‘보정’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앞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화장기가 없는 민얼굴을 모습을 한 채 본인 체형 그대로를 당당히 드러내며 자연스러운 건강함을 자랑했다. 날씬함만을 강조한 국내 모델들과 달리 근육질의 여성부터 플러스사이즈 등이 더 많은 다수를 차지했고 인종도 백인부터 아시안, 흑인까지 다양했다. 고를 수 있는 제품 사이즈도 다채로웠다. 국내 브랜드가 제품 사이즈를 2사이즈(44~55)부터 6사이즈(66반~77)로 한정해 출시하는 것과 비교해 XS사이즈부터 3XL까지 고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레깅스 패션’을 바라보는 국내외의 시각차가 아직은 무딘 국내의 성인지 감수성의 결과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레깅스 패션이 ‘애슬레져(일상에서 입는 운동복)’룩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해외에서는 출퇴근 시간에도 레깅스를 입는 여성들이 부쩍 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도 대다수가 ‘출퇴근할 때 레깅스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온라인 게시판에는 “몸매만 봐선 전혀 운동을 안 할 것 같은 여자들도 검정색도 아닌 흰색 레깅스만 입고 돌아다녀 보는 내가 다 민망하다”는 의견 등이 다수 올라와 있다.
/최정윤 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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